"채권펀드 씨가 마른다"…올들어 16조 감소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08.11.2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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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위험 증가에 펀드설정액 대비 사상 처음 10% 미만 추락

유동성 공급 등 제 기능 못해…“세제혜택 등 활성화 절실”

채권펀드의 씨(돈)가 마르고 있다. 올들어 전체 펀드 설정액은 48조원이 증가했지만 채권펀드만 유일하게 16조원(채권혼합형 포함) 급감했다. 특히 지난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이후 뭉칫돈이 빠져나가면서 채권펀드가 유동성 공급, 금리안정 등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자산운용협회 및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채권펀드의 설정액은 연초대비 15조8890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펀드 설정액은 48조5132억원증가했다. 펀드별로는 주식펀드(주식혼합형 포함)가 20조1318억원 늘었고, MMF는 40조9257억원으로 무려 2배 가량 증가했다. 파생상품 및 재간접펀드 설정액도 소폭 증가했다. 채권펀드에서만 돈이 빠져나간 셈이다.



"채권펀드 씨가 마른다"…올들어 16조 감소


설정액이 급감하면서 전체 펀드에서 차지하는 채권펀드의 비중도 크게 낮아졌다. 연초 24.13%에 달했던 채권펀드 비중은 16.26%로 7.87%포인트나 감소했다. 채권에만 투자하는 순수 채권형펀드의 비중은 지난 9월 리먼 파산이후 두 자릿수(13.56%)에서 한 자리릿수(8.67%)로 쪼그라들었다. 채권형펀드 비중이 10% 이하로 떨어진 것은 1974년 채권형펀드 도입이후 처음이다.

채권펀드가 급감한 것은 주식펀드 급성장, 금리상승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 하반기 미국발 신용위기로 채권 투자 위험(신용 리스크)이 커진 것이 자금이탈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매니저는 “지난 3년간 증시가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채권펀드의 자금이탈 기조가 이어졌다”며 “올들어 증시침체 속에서도 채권펀드의 자금이탈이 두드러진 것은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금리상승과 신용 리스크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채권펀드의 대규모 자금이탈로 채권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자금줄인 채권펀드의 급감으로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감소하면서 채권발행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모집이 어려워지고, 작은 충격에도 금리가 출렁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김형호 아이투신 상무는 “채권펀드는 채권시장의 주요 젓줄 중 하나”라며 “최근 금리 변동성이 커진 것도 리먼 파산이후에 채권펀드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간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채권전문가들은 최근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 제 때 유동성을 공급하고, 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채권펀드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정부당국이 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해 기준금리 인하, 세제혜택 회사채펀드,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땜질식 처방이거나 타이밍이 늦어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시장만 교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관계자는 “채권시장의 주요 고객은 연기금, 법인들인데 개인들에게만 세제혜택을 주니 회사채펀드가 잘되겠냐”며 “지금이라도 다양한 채권펀드 개발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혜택도 확대하는 등 시의적절하고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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