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추가 감산 예상…유가 추락 막긴 '역부족'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2008.11.2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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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긴급회의 열고 감산 논의
- "내년까지 수요 감소…감산해도 유가 하락 지속될 것"
- 일부 OPEC 회원국 "더이상 감산 못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오는 29일 긴급 회의를 열고 추가 감산을 논의한다. 유가가 끝없이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전문가들은 OPEC의 추가 감산이 유가 급락세를 막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뾰족한 수'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일부 회원국은 이미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추가 감산에 반대하고 있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OPEC이 지난 두달새 2번이나 감산을 결정했지만 유가 추락을 막는 데 실패했다"며 "이번 회의에서 추가 감산이 결정돼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OPEC은 지난 9월부터 두 차례 회의를 통해 하루 200만 배럴을 감산키로 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던 유가는 불과 넉달새 3분의 1수준인 50달러대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20일에는 50달러 밑으로 떨어지며 3년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경우 OPEC 회원국들은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그 만큼 상황은 긴박하다. OPEC 회원국 가운데 생산량이 가장 적은 에콰도르는 수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로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까지 맞고 있다.


OPEC 12개 회원국은 이번 회의에서 최소 하루 100만 배럴 추가 감산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의 쇼크리 가넴 리비아 석유장관은 "OPEC은 감산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월가 전문가들은 감산 결정이 나오더라도 유가가 당분간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OPEC이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이길 방법이 없다는 판단이다.



메릴린치의 앨러스테어 심 애널리스트는 "OPEC이 단기간 내 시장 펀더멘털이나 심리를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국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유 수요 감소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나이지리아 등 일부 OPEC 회원국들은 추가 감산에 반대하고 있어 감산을 하더라도 생산량을 크게 줄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들은 "가뜩이나 국내 경기가 안좋은 상황에서 더이상 생산을 줄일 수 없다"며 감산을 반대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석유부 관계자는 "지난 7월 무장단체가 송유관을 공격한 뒤 이미 수개월 전부터 하루 60만 배럴 가량 생산을 줄인 상태"라며 "OPEC 할당량도 못채우는데 더 감산할 수 없다"고 밝혔다.



OPEC은 29일 카이로에서 긴급 회의를 가진 뒤 다음달 17일에는 알제리에서 정기 회의를 열 예정이다. OPEC은 하루 8600만 배럴, 전 세계 원유 수요의 40%를 공급하고 있다.

한편 오후 1시 현재 뉴욕상업거래소(NYMEX) 시간외 거래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1.23% 하락한 배럴당 53.77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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