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부담부증여한 땅 돌려받을 수 있나

엄윤상 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2008.12.06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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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생활법률 Q&A

Q : 올해 70세가 된 저는 노후대비용으로 1996년 1월경 오랜 기간 직장을 다니면서 모아둔 돈으로 일산에 있는 목장과 밭 등을 샀습니다. 당시 6억원 정도이던 이 땅은 현재 공시지가만 17억원에 달할 정도로 올랐습니다.

4남 2녀를 두고 있는 저는 의사인 차남이 2000년경 고양시에 병원을 개업했다가 2년 뒤 강남으로 병원을 옮기면서 돈이 많이 필요하다며 사정을 해서 땅을 담보로 2억원을 빌려줬습니다. 의사 아들은 원금과 이자를 갚겠다고 약속했으나 이자조차 제때 주지 않아 제가 이자를 갚아 나갔습니다. 의사 아들은 2005년경 병원에 새 장비를 들여놔야 하고 병원을 크게 키우기 위한 운영자금이 필요하니 땅을 담보로 추가대출을 받아달라고 사정해 저는 처음에는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의사 아들이 “나중에 부모님을 모실 자식은 저밖에 없다.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은 물론 병원을 잘 운영해 효도하겠다”며 “대출을 받아 주든지 증여해 달라”고 거듭 사정하는 바람에 아내와 상의한 끝에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고, 매달 300만원을 줄 것과 집안 대소사에 필요한 경비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이 땅을 모두 의사 아들에게 증여했습니다.



하지만 의사 아들은 땅을 증여받은 이후 그렇게 자주 드나들던 저의 집에 전혀 오지 않고, 집안 대소사도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오지 않고 소홀히 했으며, 매달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생활비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의사 아들로부터 이 땅을 돌려받을 방법이 있나요?

A : 질문자가 땅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은 증여계약을 해제해 소유권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우리 민법은 증여계약의 해제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첫째,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각 당사자는 이를 해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증여자가 경솔하게 증여하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 증여자의 의사를 명확하게 하여 후일의 분쟁을 방지하려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또한 증여계약이 성립한 당시에는 서면이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후 그 계약이 존속하는 동안 서면을 작성한 때에는 그때부터 서면에 의한 증여로 됩니다.

둘째, 증여받은 자가 증여자에 대해 일정한 은혜를 배신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증여자가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즉 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한 범죄행위가 있는 때와 증여자에 대해 부양의무 있는 경우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증여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셋째, 증여계약 후에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히 변경되고 그 이행으로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증여자는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든 세가지 증여계약의 해제원인은 모두 계약이 이미 이행된 부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해제원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증여자가 증여계약을 이미 이행한 경우, 즉 동산의 인도, 부동산에 있어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졌다면 증여자는 더 이상 증여계약을 해제하여 소유권을 회복할 수 없게 됩니다.

다만 부담부증여의 경우는 다릅니다. 상대부담 있는 증여에 대하여는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이 준용돼 부담의무 있는 상대방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비록 증여계약이 이미 이행되어 있다 하더라도 증여자는 계약을 해제하여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의 경우, 의사 아들과의 증여계약을 이미 모두 이행한 상태이므로 부담부 증여가 아닌 한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질문자는 의사 아들에게 ‘부모의 노후를 책임질 것, 매달 300만원의 생활비를 줄 것, 집안 대소사에 필요한 경비를 부담할 것’ 등의 부담을 지운 증여를 한 것이므로 이러한 부담이 이행되지 않았음을 입증하여 증여계약을 해제하고 땅의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돈이 모든 가치를 우선하는 요즘 패륜적 행위를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이제는 자녀들과의 법률관계도 명확히 하는 것이 안락한 노후를 보내는 중요한 방법이 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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