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카드거래의 안정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추진한 IC카드 보급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카드업계는 무리한 일정과 과중한 비용부담을, 금융감독당국은 업계의 의지 부족을 각각 이유로 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와 현대카드는 각각 100%와 92%의 높은 교체율을 기록했다. 반면 신한·삼성·롯데 3개 전업카드사의 IC카드 교체율은 현재 60~70% 수준이다.
이들의 IC카드 교체가 더딘 것은 무엇보다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IC카드 발급에 장당 평균 2000원이 들고, 발송하는데 추가로 1600원가량이 소요된다.
카드업계는 또 IC카드용 단말기 보급률이 크게 낮아 카드 교체 시한을 탄력적으로 운영해도 되는 게 아니냐고 주장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IC카드용 단말기 전환 비율은 11%에 그쳐 단말기 135만대가 추가로 교체돼야 한다.
마그네틱카드를 IC카드로 교체하는 것은 카드사의 몫이지만 단말기는 밴(VAN)업체들이 책임져야 한다. 밴사들도 "IC카드용 단말기는 대당 평균 25만원으로 비용 부담이 크다"며 조기 교체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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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금감원은 월 카드승인건수가 100건이 넘는 가맹점에는 단말기를 올 연말까지 우선적으로 교체하도록 밴사에 권고했다. 이때 교체대상은 25만대로 줄어들지만 그렇더라도 밴업계 전체로는 625억원이 든다는 계산이다. 밴사가 단말기 교체에 적극 나서려면 인센티브가 필요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카드사의 부담으로 귀착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카드업체들은 IC카드 교체시기를 1년 정도 유예해달라고 요청한다. 경기침체로 소비가 위축돼 내년 실적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교체비용이 간단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5년 전 협의가 이뤄져 그간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IC카드 보급률이 높아지지 않은 건 이해하기 힘들다"며 제재 방침까지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