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인상도 막은 '경제난국'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8.11.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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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환자 부담은 그래도 증가

경제위기의 골이 깊어지면서 내년도 건강보험료 인상률이 '0'으로 결정됐다. 건보료 동결은 건강보험 제도가 시행된 이후 처음일 뿐 아니라 1977년 의료보험 제도 도입 이후로도 처음이다. 10년전 외환위기 때도 없었던 일이다.

◇첫 동결..경제난이 이유



그동안 복지부 주변에서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해 건보료를 동결하거나, 올리더라도 소폭 인상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보장성 확대를 위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런 가운데 27일 가입자, 공급자, 정부 대표 등 각 8인씩으로 구성된 건강보험정책심위의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동결'로 입장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서 가입자와 공급자 대표 모두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해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건정심에서는 건보료 인상 동결에도 불구하고 보장성 확대가 함께 이뤄져 주목을 받았다. 건강보험에서 지원되는 진료비가 그만큼 늘어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특히 한방물리요법이 새롭게 보험항목으로 추가돼 한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는 경우도 건강보험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치아 홈 메우기도 건강보험이 적용돼 아동의 충치예방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건보료는 동결..외래 환자 부담은 증가


이번에 인상 동결에도 불구하고 보장성 확대가 가능했던 것은 현재 건강보험 재정 흑자분이 약 2조원 남아있는 덕분이다. 이번 보장성 확대로 인해 내년에 소요되는 재원은 약 6100억원(실 소요액 2725억원)으로 추정된다.

부족한 재원은 건강보험 재정 흑자분 일부와 재정 절감을 통해 충당된다. 그러나 재정절감에 따른 외래 환자 및 장기 입원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우선 내년 하반기 대형 종합병원(3차 기관)의 외래 환자 본인부담률을 현재 50%에서 60%로 올릴 계획이다. 본인부담률이 30~40%인 병의원급으로 외래 환자를 유도, 전체 진료비를 낮추기 위한 복안이다.

복지부는 당초 감기 등 가벼운 질환에만 본인부담률 인상을 검토했으나 내년도 건보료 동결에 따른 재정 악화 등을 감안해 이같이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절감되는 재정은 550억원 수준.

이와 함께 약가 인하에서 670억원을 줄이고 불필요하게 장기 입원하는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높여서 700억원을 절감하는 등 총 2390억원을 줄일 계획이다.



◇내년도 건보 3276억 적자

이번 보험료 동결로 내년 건강보험 당기 수지는 3276억원 적자가 전망된다. 누적수지 흑자는 올해 말 2조원에서 내년 1조6146억원으로 줄어든다. 건보 재정 악화로 2010년 건보료 인상폭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불황으로 건보료를 못 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건보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예년보다 징수율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재정수입을 보수적으로 설정했다"며 "내년 재정상황을 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장성 확대? 시행시기는 1년 뒤

실제 국민들이 보장성 확대 혜택을 볼 시기는 상당히 늦춰질 전망이다. 복지부는 건강보험료를 올리지 않는 대신, 대부분의 보장성 강화 시행시기를 내년 말로 미뤘다. 재정지출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보장성에 새로 추가되는 치아 홈 메우기와 한방물리요법은 모두 내년 12월 시행될 예정이다. 또 암환자 본인부담률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은 내년 12월부터, 희귀난치성 질환자 본인부담 경감은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부분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본인 부담금 경감 단 한가지다. 지금까지는 건보 진료비가 6개월에 200만원 이상(연간 400만원)이 되면 초과분이 면제됐지만, 내년 1월부터는 소득 하위 50%는 상한선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소득 상위 50~80%는 연간 300만원이 상한선이 되며, 상위 20%는 변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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