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년 성장률 전망 "고민되네"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8.11.25 16:14
글자크기

3%대 유지 어려워…'마이너스 전망' 과도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발표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시장 안정대책 등 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25일 "건설업계를 위한 대주단 협약, 중소기업을 위한 패스트 트랙 등 정부 차원의 실물 경제 안정대책이 내년 성장률 전망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핵심 변수들이 계속 변하고 있어 성장률 전망이 매우 어렵다"며 "내달 공표 전날까지도 각종 변수를 업데이트해야 할 상황"이라 전했다.



◇'성장률 3%' 지킬까= 시장에서는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역시 3%대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 조차 내년 2% 성장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데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날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5%에서 2.0%로 대폭 낮추는 등 성장 전망이 어두워지는 탓이다.

한은 관계자는"모든 여건을 종합점검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 국내 경기가 급속히 나빠진 게 성장률 전망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주 예정된 10월 산업활동동향이 내년 성장률 전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수출 감소, 실물 부문 위축의 속도 등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일각에선 IMF 전망치가 국내 연구기관의 경우보다 다소 비관적인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한은이 지난 7월초 내년 성장률 전망을 4.7%로 낮출 당시 IMF 전망치는 3.5%로 1.2%포인트 격차가 있었다. 한은이 내년 '3% 성장'을 고수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앞서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달 23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내년 성장률이 4%대는 좀 어렵지만 3%대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달 7일 추가 금리 인하를 결정한 직후 "내외 여건을 볼 때 내년 경제성장률이 상당히 많이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성장전망 하향 왜= IMF은 이날 아시아·태평양 권역 국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한꺼번에 낮췄다. 한국에 대해서는 지난 6월 4.3%로 본 뒤 10월에 3.5%로 낮췄고 이번에 또 하향 조정했다. IMF는 국제 금융위기가 심화하고 있는데다 선진국 경제의 침체로 수출감소가 예상된다는 점을 하향조정 이유로 꼽았다.


사실 수출 감소가 성장률 전망을 끌어내리는 주된 요인이다. 한은도 한동안 내수 경기가 악화돼도 성장의 버팀목인 수출 만큼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었다. 그러나 수출증가율이 9월 28.2%에서 10월 10.0%로 뚝 떨어지고, 주요 선진국들이 동반 침체에 빠지자 한은의 우려도 커졌다.

내수 역시 탄탄하지 못하다. 정부는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9월말에는 4.5%로 예상했지만 11월3일 수정예산안에서는 2.5%로 낮춰잡았다. 지난 3분기 전국가구의 월평균 실질 소비 증가율이 마이너스 2.4%로 2003년 이후 가장 낮는 등 소비 위축을 감안한 것이다.



여기에 월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에도 못 미치고, 기업들이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서면서 고용불안까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외국계 증권사는 제로 또는 마이너스 성장 전망도 내놓고 있다. UBS증권은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3%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둔화, 실업률 상승, 가계 빚 확대 등을 이유로 꼽았다. 한은은 "의미있는 분석이 아니다"고 거리를 두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