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車시장, 영업현장은 '죽을 맛'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11.2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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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수입 막론 내수판매 계속 곤두박질

"지금 고객이 차 타고 다니는데, 살려주세요"

최근 자동차 판매 현장에선 '갑'과 '을'이 바뀌었다. 예전 자동차가 잘 팔릴 때에는 할부금융사들이 자동차 딜러들을 찾아와 자기네 할부금융을 이용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제 자동차 판매자들이 할부금융사를 쫓아다닌다. 할부금융사들이 2개밖에 안남은데다 고객 심사를 깐깐하게 하는 바람에 그마저도 받기 힘들어졌다.

최근 경기도의 한 국산차 대리점 영업사원 김모씨(33)는 '죽을 맛'이다. 얼어붙은 자동차 소비에 고객문의도 뜸한데 그나마 차를 사겠다는 고객조차 할부금융업체에서 승인이 나질 않는다. 당연히 '되는' 고객이기에 차를 출고해 넘겨주고 다음날 승인을 받으러 갔다가 "심사 기준이 강화돼 안 된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다른 업체의 영업사원 최모씨(32)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 달 보름을 손꼽아 출고를 기다린 고객이 승인 거절을 당했다. 신용등급은 4등급으로 양호했지만 직업증빙이 안돼 보증인까지 내세웠는데도 할부금융사의 창구는 열리지 않았다. 최씨는 "금융위기인건 알겠지만 이 정도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하소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산업의 일선 영업현장의 상황이 심각하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건 물론 자금줄이 마른 할부금융 및 리스 업체들이 영업을 포기하거나 심사를 엄격히 해 판매가 어려워졌다.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구매의 70~80%는 할부나 리스를 통해 이루어진다.



캐피털 업체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금융을 하는 곳이 현대와 신한 등 2곳 정도 밖에 안 남았으니 영업사원들이 창구 앞에 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진다"고 전했다.

자동차 판매현장은 전쟁터가 돼가고 있다. 국내 자동차사들의 판매는 적게는 20%, 많게는 반토막날 것이란 예상이다.

서울 강북의 한 대리점 관계자는 "아직 생산량 자체가 많지 않은 일부 신차를 제외하고는 과거 최소 몇 달씩 기다려야 하던 모델도 물량이 쌓여 요즘은 바로 가져갈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불황불패'의 수입차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미 10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선데다 이달 들어서도 소비 위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판매 1위 혼다가 지난달(693대)에 전달대비 46.7% 판매가 줄어든 데 이어 11월 예상치도 400대에 그치고 있다.



지방의 한 벤츠 전시장 관계자는 "구입문의를 해오는 고객 자체가 절반으로 줄었다"며 "이달 들어 10대를 팔았는데 이 역시 평소의 절반 밖에 안 된다"고 밝혔다.

주요 수입차 브랜드 중 10월에 유일하게 판매가 줄지 않은 아우디마저 이달 들어 상황이 나빠졌다. 서울 강남의 전시장 관계자는 "이번 달 판매가 20%가량 줄었다"며 "리스업체 승인기준이 신용등급 7등급에서 5등급으로 강화되면서 계약 취소 사태도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기본적으로 세계적 금융환경과 관련됐다"며 "금융혼란 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한다면 내수판매가 내년에도 두 자리 이상 감소하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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