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입주사들 "환율 탓에 더 투자했는데"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08.11.2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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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공단 인원 최소화… "하소연 할 곳도 없어" 줄도산 우려도

"설마 했는데, 올 것이 왔다. 어디다 하소연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24일 북한이 개성관광 및 남북 간 철도운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삽시간에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

북한은 이날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입주기업들을 소집해 개성관광 및 남북 간 철도운행을 전면 중단하고 개성공단도 남한의 상주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 남북 간 협력 사업을 사실상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북경협의 상징이었던 관광 사업이 올스톱되고, 육로 통과가 차단되는 한편 개성공단도 존폐의 위기에 놓인 것이다.

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는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정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며 황망히 전화를 끊었다.



또 다른 입주기업 대표는 "개성공단에 투자한 자금은 100억원이 넘는다. 업체별로 200억원 가까이 투자한 곳도 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매우 큰 투자라 개성공단이 좌초되면 그 자체로 도산"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관리인원들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북에서 선별 추방한다는데, 한 공장에 북한 노동자가 수 백 명이다. 현실적으로 관리가 되겠느냐. 공장을 돌릴 수는 있다고 하지만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어느 바이어가 개성공단 업체들에게 주문을 하겠느냐"고 성토했다.

이어, "예전엔 통일부가 나서서 불리한 부분 있으면 안 되더라도 계속 시정하고 그랬다. 지금은 그냥 움츠리고 앉아서 자기 자리만 생각하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중소기업 대표는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누가 잘 했다, 못 했다 말할 처지가 아니다. 다만 극한으로 몰린 사람을 자극하면 안 된다는 도리는 안다. '삐라' 뿌리는 거 막아달라고 얼마나 요청을 했나. 인권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한탄했다.

그는 "정부 믿고 투자했지만 하소연할 데가 없다. 그게 '미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수출입은행에 가입한 보험에 대해서는 "1년에 몇 천 만원씩 보험금을 냈지만 실제로 보험금을 받게 될 거라곤 생각 안했다. 그런 생각이라면 누가 개성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하겠느냐"며 "보험금은 감가상각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개성공단은 개성공단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환율이 올라 동남아에서 만들던 제품도 개성에서 생산하고 있거나, 생산키로 한 제품들이 많다.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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