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전 주식 팔아 1억불 챙긴 '버블 원흉들'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2008.11.20 15:49
글자크기

120개 美 주택·금융분야 경영진, 성과급·주식으로 5년새 210억불 챙겨

뉴욕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1년 전 고점 때보다 무려 9조 달러의 자금을 잃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위기의 중심'에 있었던 기업의 많은 경영진들은 재산을 불려왔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은행 모기지금융 주식브로커리지 주택건설 등 섹터의 120개 기업의 최고 경영진은 성과급과 주가 차익 등을 통해 최근 5년간 총 2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문제는 이 기업들 대다수가 최근 위기의 '근원지'로 꼽히는 분야라는 점이다. 특히 이 기간 15개 대형 주택건설업체와 금융회사의 수장들이 현금 성과급과 주식 매도로 1인당 평균 1억 달러(한화 1500억원) 이상을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이 가운데 리먼브러더스와 베어스턴스를 포함한 4개 회사는 파산 보호를 신청했거나 주가가 고점대비 90% 이상 폭락했다.



JP모간체이스에 매각된 베어스턴스의 제임스 케인은 1억6300만 달러를 벌었다. 또 파산한 리먼의 리처드 풀드는 1억 8500만 달러를 받았다. AIG그룹의 모리스 그린버그 전 회장은 1억 33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AIG의 주가는 98% 하락해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로커리지회사를 차린 찰스 슈왑 회장은 회사 주식을 팔아 8억 1700만 달러를 챙겼다. 주가는 고점대비 44% 하락한 상태다. 그는 여전히 회사 지분 17%를 보유하고 있다.
↑ 리먼브러더스의 리처드 풀드↑ 리먼브러더스의 리처드 풀드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들이 버젓이 고액의 연봉을 받는 데 대해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의회는 몇 차례 청문회를 열고 월가 경영진들이 회사 지분을 받게 된 경위를 조사했다.

일부는 보상 체계를 바꿨다. UBS는 향후 보상 일부를 동결하겠다는 각서를 썼다. 정부 지원을 받은 골드만삭스 경영진은 올해 보너스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회장은 이미 지난 5년간 성과급과 주식으로 1억3000만 달러를 벌었다.


↑ AIG 모리스 그린버그↑ AIG 모리스 그린버그
이 신문은 "역사적으로도 위기는 일부 버블 조성자들에게 큰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1990년대 기술주 버블 말기에 50명 이상의 최고경영진들은 거품이 무너지기 직전에 주식을 팔아 평균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전혀 수익을 내지 못한 회사를 설립한 사람들이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로이 스미스 뉴욕대 경영학 교수는 "시스템은 버블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