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2시40분. 마감시간을 20분 남겨둔 외환 딜링룸은 말그대로 난리통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도 연출됐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원/달러 환율이 1517원을 찍은 상황에서 달러를 팔아달라는 20개 업체 요청을 받았다. 환율이 워낙 높아 사려는 곳이 없다가 환율이 점점 내리면서 1515원, 1502원에서 2건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런 폭등은 미국 증시의 폭락 영향이 가장 컸다. 미국 다우지수와 유럽증시가 일제히 폭락한 게 환율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것. 하나은행 딜링룸의 고용희 차장은 "현재로선 미국 시장과 글로벌경기 자체가 좋아지는 걸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환창구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환율이 치솟으면서 해외송금은 뚝 끊겼고 해외에서 송금을 했던 교포들의 환전 요청만 잇따랐다.
달러 실수요자라 할 수 있는 해외에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도 달러를 내다 팔았다. 투기 목적이라기보다 해외송금을 위해 사놨던 달러를 일단 팔아놨다가 환율이 좀 내리면 다시 사겠다는 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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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창구 관계자는 "선호도 측면에서 US달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아시아 증시가 떨어지면 투신사, 운용사에서는 헤지를 한다"고 환율 급등 배경을 설명했다.
또 "주가가 떨어지는 날에는 해외송금 수요라고 생각하고 달러를 사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3박자가 맞아떨어지다보니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