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한은, 무역금융 딜레마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8.11.2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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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푼 100억 달러 '그림의 떡'

무역금융에 소극적인 은행권이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매섭게 질타했다. 은행권은 당장 달러빚 갚기도 쉽지 않은 터라 수출업체까지 돌아볼 겨를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와 한은이 나서 160억달러 규모의 무역금융 지원을 약속했다. 정작 은행권에선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지원받기가 쉽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조선사 선물환 문제에 대해선 한국은행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불만도 털어놓는다.



◇"한은 달러는 그림의 떡"=한은은 은행권에 100억달러의 무역금융을 투입하기로 했다. '달러가뭄'에 허덕이는 은행권이 그동안 무역금융에 소극적이었던 탓이다. 은행권의 외화유동성 개선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거란 계산도 깔렸다.

정작 은행권은 지원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반응이다. 수출환어음 매입 순증액만큼만 지원받을 수 있어서다. 기준일인 14일 대비 실적이 늘어나야만 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중소기업의 수출 실적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면서 "순증액에 대해서만 달러를 주겠다는 조건 때문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은행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환어음 매입을 일부러 줄인 은행이 아니고선 잔액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란 게 은행권의 논리다.

실제 A은행의 경우 지난달 실적이 전달 대비 10%가량 줄었다. B은행은 2~3%가량 줄었고 대기업은 5% 감소한 상태다. 11월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조짐인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수출금융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라면서 "순증액 기준이 아닐 경우 은행이 만기 도래로 회수된 달러를 다른 곳에 유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달러차입에 어려움을 겪는 은행이 한은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일부러 수출환어음 매입을 늘릴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실물어음을 제출하고 인감을 신고하는 등 지원절차가 복잡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을 통해 달러를 공급받을 경우 중복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것도 은행권의 불만을 사고 있다"면서 "한은과 은행권 줄다리기 때문에 수출업체만 다급해졌다"고 비판했다.



◇조선사 선물환 해결책은='달러 가뭄'은 조선업계 쪽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선박 수주를 한 조선사는 선물환 매도로 환헤지를 해야한다. 기존엔 이 물량을 은행권이 받아줬지만 현재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선사가 선물환 매도로 달러를 팔면 은행은 이를 받아 선물환을 매수한다. 은행으로선 미래에 달러을 받는 것이어서 환리스크에 노출되는 셈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현물환을 매도해야 하는데 달러 부족으로 그럴 수 없다.

일각에선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한은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조선사 선물환을 받은 은행이 다시 한은과 선물환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 조선사와 은행, 한은이 한묶음으로 움직이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란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선물환 매도물량으로 스와프시장의 금리가 왜곡되면서 달러 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면서 "한은이 나서 교통정리를 하면 이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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