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환율몸살'…7년만에 환차손 예비비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8.11.1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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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2001년이후 첫 환차손 예비비
-"환율, 편성때보다 20% 가량 올라 외화경비 부족"
-유류 구입 예비비도 112억 지출

환율상승과 고유가로 정부도 '몸살'을 앓고 있다. 몸살을 견디지 못한 일부 부처는 예비비라는 '약'을 받아갔다. 특히 환차손 예비비가 지출된 것은 2001년 이후 7년만에 처음이다.



19일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에 따르면 외교통상부는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화경비의 환차손 보전경비로 294억5800만원의 예비비를 받아갔다. 외교부에 환차손으로 예비비가 지출된 것은 2001년 이후 7년만에 처음이다.

외교부의 올해 외화경비 예산은 5조8000억달러다. 예산을 달러로 받으면 문제가 없으나 원화로 받아가기 때문에 환율이 크게 오르면 예산이 부족한 경우가 생긴다.



올해 예산안에 반영된 원/달러 환율은 920원이나 현재까지 평균 환율 1100원 정도. 당초 예상보다 20% 가량 많은 경비가 필요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예산편성 환율과 집행환율 차이가 크지 않으면 아끼면서 버틸 수 있지만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돈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예비비는 재외공관 운영에 사용될 예정이다. 사업 등은 집행을 연기할 수 있지만 재외공관의 임차료나 현지고용인의 인건비, 재외국민 보호서비스 등은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외화예산 규모가 외교부보다 큰 방위사업청이나 국방부는 예비비를 신청하지 않았다. 무기도입 계약 연기 등으로 매년 일정정도의 불용예산이 생기는데 이를 환차손에 사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방부나 방사청은 예산규모가 크고 이전용이 가능해 환차손 관련해 예비비를 신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때 140달러가 넘은 국제유가로 유류 구입비를 신청한 부처도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어업지도선의 유류 구입비 11억8200만원을 예비비로 타갔고 해양경찰청은 함정 유류 구입비로 99억9200만원을 받아갔다.

한편 올해 편성된 예비비는 2조3000억원이다. 이중 한국주택금융공사에 자본금 확충 지원을 위한 출자금 2000억원 등을 포함한 예비비 지출규모는 7000억원 안팎이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에는 재해비로 지출된 예비비가 거의 없는 대신 고유가·고환율에 따른 예비비와 정책적 소요가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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