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 KAI 지분 블록딜 추진

더벨 박준식 기자 2008.11.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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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예상가 2500억..밥캣 유상증자금 충당 "외국계가 공격적"

이 기사는 11월12일(10:3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6,970원 ▼30 -0.43%)가 보유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1765만 여주(22.23%, 우선주 포함 20.54%)의 블록 딜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 측은 최근 외국계 원매자들과 비밀리에 협상을 벌여 유력 후보를 선정하고 매각 가격과 정부 승인절차 등을 조율하고 있다.





매각 지분의 예상 가격은 약 2500억 원. 소수 지분이지만 원매자가 항공기 제조사인 전략적 투자자(SI)일 경우 기술 협력 등을 통한 시너지가 크다. 재무적 투자자(FI)도 추후 상장(IPO)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인수 매력도는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에선 한진그룹이 대한항공을 통해 지난 2006년부터 KAI 지분 인수를 타진해 왔다. 대한항공은 당시 가격에 대한 이견과 두산그룹 사태 등으로 협상이 중단되자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최근 보잉(Boeing)으로부터 최첨단 항공기인 B787 부분 제조 발주를 받아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KAI는 우리나라가 세계 12번째 초음속 항공기 개발국이 되게 한 국산 전투기 T-50의 제조사. 방위산업체인 KAI의 지분을 외국계가 인수하려면 외국인투자촉진법 6조3항과 시행령 7조 등에 따라 방위산업청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KAI 지분은 지난 2006년까지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자동차, 삼성테크윈 등 3개사가 각각 28.1%씩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같은 해 8월 누적적자로 자본잠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감자(4662억 원->2075억 원)가 이뤄지고 산업은행이 3838억 원의 채권을 출자전환해 30.53%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후 이뤄진 유상증자 등에 참여해 추가로 지분을 확보했지만 지분 희석을 막지 못해 보유지분이 22.23%로 줄었다.



KAI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올 초 3대 주요주주의 지분을 한데 묶어 파는 경영권 매각을 모색했다. 그러나 예상 매각규모가 1조원이 넘어 대우조선해양과 동시에 진행하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에 따라 계획은 무기한 연기됐다.

두산 측은 KAI 지분이 핵심사업과 큰 관련이 없는 데도 경영부실 가능성이 있고 유상증자 등을 통해 매몰비용(sunk cost)이 발생함에 따라 인수가격이 적정할 경우 지체 없이 현금화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두산은 최근 인수한 밥캣의 재무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10억 달러의 증자를 계획하고 이 중 5억2000만 달러를 두산인프라코어에 분장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주주가치 보존을 위해 차입을 일으키지 않고 자체이익과 자산유동화를 통해 내년까지 이 자금을 마련키로 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최근 비 핵심사업 관련 자산을 가능한 털어내기로 결정했다"며 "KAI 지분은 외국계 자본이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정부의 승인이 매각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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