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장관 유력한 서머스의 '구설수' 행적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11.0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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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머스, 오마바 행정부 초대 재무장관에 유력
- 여성·인종 차별주의 성향 강해··미국 우월주의도
- 다른 후보 가이스너는 국내 인맥층 두터워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차기 행정부 재무장관 후보 1순위로 거론되는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현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 54세)의 행적에 관심이 모아진다.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서머스가 차기 재무장관에 기용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전하고 있다. 차기 재무장관은 이번 주말께 발표될 예정이다.

세계 최고의 '지식권력'인 하버드대 총장 출신에 미국 경제학계 최고의 천재 중 한명으로 꼽히는 서머스는 백인 남성 중심의 미국 엘리트 사회에서도 특히 여성 및 유색인종 차별성향이 강한 인물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잦은 구설수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국과 관련한 구설수도 있었다. 서머스는 하버드대 총장 시절인 지난 2005년 7월 여름학기 개강 환영식에서 "1970년대 서울에 미성년 매춘부의 수가 100만명에 달했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이에 한국인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총장 비서실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같은 해 1월 전미경제연구국(NBER) 회의에서는 "과학·공학 분야 고위직에 여성이 적은 것은 남녀 간의 선천적인 차이 때문"이라는 여성비하 발언을 해 구설구에 휘말렸다.

그는 또 하버드대 총장에 부임한 직후인 2002년초 스타 흑인 교수였던 코넬 웨스트 아프로-아메리칸(흑인)학과 교수의 랩음반 녹음, 정치 자문 등 사적활동을 문제삼으며 프린스턴대로 이적하게 만들어 흑인 차별 논란에도 휩싸였다.


재무부 차관 시절에도 그는 미 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업신여기고 설교하듯 말하는 경우가 잦아 기자들 사이에서 '가장 거만한 관료' 중 한명으로 꼽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칼럼니스트 폴 지고트는 "서머스가 겸손해지느니 차라리 마돈나가 정숙해지는 게 더 빠를 것"이라고 꼬집었을 정도다.

서머스의 이 같은 '천재 악동' 성향의 배경에는 자신의 선천적인 지적능력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깔려있다. 하버드대 사상 최연소인 28세에 정교수가 된 뒤 그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와 함께 미국 경제학계의 '3대 천재'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사뮤엘슨 메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의 조카인 동시에 역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케네스 에로 스탠퍼드대 교수의 외조카이다. 부모 역시 둘 다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였다.

어려서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다. 4살 무렵부터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삼촌들과 토론을 벌였고 11세 때에는 기존 승률을 토대로 메이저리그 우승팀을 예측하는 상용로그함수를 만들었을 정도다.

이후 MIT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다 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꾼 뒤 하버드 대학원에서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로부터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부터 세계은행(WB)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다 1993년 미 재무부로 옮긴 뒤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의 눈에 들어 부장관(1995년), 장관(1999년)으로 승승장구했다. 루빈 전 장관은 "당시 (악동) 서머스를 길들이는 일이 가장 즐거웠다"고 회고한 바 있다.

1990년대 서머스 전 장관 측과 업무협의를 한 경험이 있는 한 전직 관료는 "서머스가 쓴 보고서를 보면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천재적인 직관력이 보인다"며 "미국 백인들 중에서도 특히 유색인종을 업신여기는 경향과 미국 등 선진국 중심주의적 성향이 강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머스가 차기 재무장관에 임명될 경우 한국 등 신흥국들이 국제금융공조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장 내년 4월말로 만료되는 한미 통화스와프의 연장 여부가 문제다.

실제로 그는 재무부 부장관 시절인 19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 때 일본이 한국에 자금지원하는 것을 막고,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게 하는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머스 전 장관과 친분이 있는 국내 인맥으로 신명호 HSBC 한국법인 회장이 꼽힌다. 재무부 국제금융국장을 거쳐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를 지낸 신 회장은 과거 ADB 관련 업무 등으로 서머스 전 장관과 접촉하면서 상당한 신뢰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머스 전 장관의 개인적 성격 등 자질 문제가 부각될 경우 그의 오른팔이었던 티모시 가이스너(47)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재무장관에 임명될 가능성도 있다.

1990년대초 재무부 중간간부로 있던 가이스너 총재는 루빈, 서머스 전 장관에게 발탁된 뒤 1년에 한계단씩 초고속 승진하며 차관보까지 오른 인물이다. 최근 JP모간의 베어스턴스 인수를 성사시키는 등 금융위기의 확대를 막기위해 막후에서 큰 활약을 해왔다.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동아시아경제를 전공했고 실제 중국, 일본, 인도에서도 살아본 아시아 전문가다. 재무부에서 아시아 담당 업무를 오래해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 등 우리나라 국제금융 관료들 다수와 친분이 있다.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지만, 81세의 고령이라는 점이 큰 부담이다. 루빈 전 장관의 경우는 스스로 재무장관직을 고사하며 '루빈 사단'에 해당하는 서머스 전 장관과 가이스너 총재의 재무장관 임명을 측면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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