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혜택' 당근에도 투자자 ‘무덤덤’

임상연 기자, 박성희 기자 2008.11.0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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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설정액 오히려 감소…졸속시행, 투심불안 등 영향

장기펀드 세제지원 방안이 시행 된지 2주가 됐지만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제혜택 대상인 국내 적립식 주식형펀드에서는 오히려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고, 그나마 새롭게 선보이는 회사채형펀드에만 조금씩 돈이 들어오고 있는 상태다.

업계전문가들은 이번 장기펀드 세제혜택이 준비도 안된 채 졸속 시행 된데다 여전히 투자심리가 불안해 관련 펀드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자산운용협회 및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 세제혜택 대상 펀드는 총 385개였다. 정부가 장기펀드 세제혜택을 시행한 지난 20일부터 30일까지 약 2주 동안 이들 펀드의 설정액은 오히려 3600억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에 들어온 돈(추가 불입)보다 나간 돈(환매)이 더 많았던 것.
'세제혜택' 당근에도 투자자 ‘무덤덤’


정부는 장기펀드 세제혜택이 펀드 환매를 막고 신규 자금을 유인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투자자들과 시장은 다르게 움직인 것이다.

세제혜택 대상 펀드 중 소득공제 및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국내 적립식 주식형펀드는 총 382개로 같은 기간 설정액이 3636억원 줄었다. 이들 펀드는 모두 자산운용사들이 기존에 있던 상품의 약관만 변경한 것으로 신규 펀드는 없었다.



비과세 혜택만 주어지는 회사채형펀드는 3개로 30일 현재 14억원 가량 자금이 들어왔다. 이들 펀드는 모두 세제혜택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펀드였다.

A증권사 한 지점장은 “기존 펀드 투자자들만 향후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계약을 갱신하러 올 뿐 신규 투자자는 거의 없다”며 “기존 펀드 투자자들 중에서도 추가로 자금을 적립하는 고객은 별로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세제혜택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판매 초기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증시침체과 경기 위축 때문이란 설명이다. 증시침체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 붙은데다 경기마저 위축되면서 투자자들이 주머니를 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졸속 시행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가 금융권과는 아무런 논의도 없이 쫓기듯 장기펀드 세제지원 방안을 시행하면서 관련 업계가 펀드를 개발하고 홍보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사 한 상품개발팀장은 “장기펀드 세제지원 방안 발표 당일에서야 내용을 들었다”며 “때문에 기존 펀드 투자자들의 세제지원을 위한 계약 갱신 준비나 약관 변경, 상품 개발 등 아무런 준비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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