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10%폭등… 장막판 '묻지마' 사자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10.29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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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마감]'매도공백'에 장후반 폭발력

뉴욕증시가 후반 깜짝 폭등세를 연출하며 아시아 유럽증시의 급등 바통을 이었다.

8일간 연속된 폭락 행진에 지친 투자자들이 '묻지마' 사자에 나서면서 3대 지수가 모두 10% 안팎 급등했다.

美증시 10%폭등… 장막판 '묻지마' 사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선취매'심리가 작용했다.



연준이 전날 기업어음(CP)매입에 나서면서 단기 자금시장이 활성화될 기미를 보이는 등 최악의 신용붕괴를 피해가고 있다는 안도감도 투자심리를 호전시켰다.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889.35포인트(10.88%) 상승한 9065.12를 기록했다. 상승폭으로는 지난 13일 기록한 936포인트에 이어사상 두번째, 상승률로는 사상 7위 기록이다.



나스닥지수는 143.57포인트(9.53%) 오른 1649.47, S&P500지수 역시 91.59포인트(10.79%) 뛴 940.48로 장을 마쳤다.

주택지표와 소비지수가 크게 악화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한때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하락반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거래량이 감소한 가운데 장후반 매수세가 몰리면서 폭발적인 상승세로 장을 마쳤다.

오크트리 자산운용의 수석 투자임원 로버트 파블릭은 "매도압력이 완화된 틈을 타 투자자들이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ride on their horses)"며 "매수세가 매수세를 부르고, 숏커버링을 촉발시켰다"고 덧붙였다.


◇S&P500 중 하락은 12개, 다우는 전종목 상승

상승폭으로는 지난 13일 기록한 936포인트에 이어사상 두번째이다. 13일의 폭등세를 제외하면 1983년 이후 사상 최고 폭이다. 상승률로는 사상 7위를 기록했다.



전날 다우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30개 종목 가운데 3개만이 상승했던 반면, 이날은 전종목이 올랐다.
다우 종목 중에서는 세계 최대 알루미늄 업체 알코아 주가가 19.3% 폭등,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알코아는 주가수익비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점이 부각되며 '저가 매수' 폭발을 촉발시켰다.

S&P500지수 역시 91.57포인트(10.79%) 뛴 940.48로 장을 마쳤다.
S&P500 구성 종목 500개 가운데 이날 주가가 떨어진 종목은 12개에 불과했다.
10개 업종지수는 모두 상승했다.
부동산 투자회사인 제너럴 그로스 프로퍼티스는 매각이 임박했다는 관측으로 72.1% 폭등, 상승폭이 가장 컸다.

신용경색이 완화되고 있다는 관측으로 씨티그룹이 14% 급등하는 등 금융주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가 폭스바겐 주식에 대한 공매도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는 루머로 10% 선 하락하기도 했으나 장후반 무차별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강세로 전환했다.



전날 신용등급 강등으로 약세를 보인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 제너럴 모터스는 정부가 크라이슬러와의 합병을 위해 50억달러를 지원할 것이라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로 14.7% 반등하며 제조업 강세를 이끌었다. GM은 정부에 100억 달러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2위 항공기 제작업체 보잉은 노사 협상을 잠정 타결했다는 소식에 15.5% 상승하는 등 대형 블루칩 강세가 두드러졌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도 이머징마켓 투자를 확대한다고 발표하면서 11% 급등했다.

세계 최대 가전업체 월풀은 무차별 폭등 장세에서도 8.3% 급락하는 비운을 겪었다. 월풀의 올 3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시기 대비 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풀은 2009년까지 5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엔 달러, 급락 전환

천정을 모르고 치솟던 엔화가치가 급락했다. 달러화도 유로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다.

28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38분 현재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에 비해 1.76센트(1.40%)급등(달러가치 하락)한 1.2670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파운드 환율도 2.24% 올랐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에 비해 4.93엔(5.32%) 폭등(엔화가치 하락)한 97.72달러를 기록했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1974년 1월이후 최대치이다. 미국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앤 캐리트레이딩 여건이 확대된 점도 엔화 하락폭을 키웠다.

엔/유로 환율도 6% 폭등한 123.23엔에 거래됐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1999년 유로화 탄생 이후 최대이다.

6개 주요국 통화대비 달러인덱스는 전날에 비해 0.1% 하락중이다.



달러 및 유로대비 엔화 급락과 유로대비 달러 가치 하락은 미국과 일본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9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50bp 추가 인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은행(BOJ) 역시 엔화 급등으로 인한 악영향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됐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통해 엔화하락을 유도할 방침을 밝힌바 있다.



◇ 유가 '추가감산' 경고도 무력..사흘째 하락

수요 감소 전망이 감산 경고를 압도하면서 국제 유가가 사흘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2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49센트 떨어진 62.73달러로 마감, 17개월래 최저가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유가는 오버나잇 전자거래에서 배럴당 65달러 선으로 반등하기도 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관계자가 유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추가 감산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뉴욕증시가 반등세를 보인점도 유가를 지탱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미국의 소비심리가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원유 수요가 감소를 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

◇ CP발행 '최대'..연준 개입 효과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가 기업들로부터 직접 기업어음(CP)을 매입하기 시작한 27일 하루동안 총 1500건의 CP(80일물 이상 기준)가 발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하루동안 CP발행금액은 671억달러로 지난 한주간 일일 평균치인 340건 67억달러의 10배에 달했다. 이는 지난 10일 기록한 하루 최고 발행기록 329억달러를 두배 이상 웃도는 것이다.

제너럴 일렉트릭과 한국의 산업은행 등이 이날 연준에 CP를 매각, 자금을 조달했다. 산업은행 뉴욕지점 관계자는 CP발행을 통해 현재 발행잔액을 제외한 4억달러를 1차로 연준으로부터 조달했다고 확인했다.



CP발행이 이처럼 늘어남에 따라 90일물 CP의 평균 발행금리는 27일 하루동안 지난주말에 비해 70bp(0.7%포인트) 급락한 2.55%를 기록했다. 이같은 발행금리는 여전히 연방기금 금리보다 1.05%포인트 높은 것이지만 금리하락은 연준의 CP매입 프로그램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표는 '최악'..바닥신호?

이날 발표된 지표는 '사상 최악'수준이었다.



미국 20대 주요 대도시 집값 동향을 나타내는 8월 'S&P/케이스실러 20지수'는 7년만에 최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지난해 같은시기 대비 16.62% 하락, 지난해 1월 이후 매달 하락세를 나타냈다.

금융위기가 본격 시작되기 직전인 8월, 주택자산 차압이 점차 늘어나면서 집값 하락세도 가속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집값 하락세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나며 주택 차압건수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전반적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도 주택시장 압박 요소로 거론됐다.

10월 소비자신뢰지수는 38을 기록, 1967년 지수가 시작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서 발표된 전문가 추정치는 52로 소비자 신뢰는 기존의 예상보다도 훨씬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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