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돈줄 풀기··물가·재정은 '후순위'로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이상배 기자 2008.10.2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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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 침체 차단 '승부수'

- 물가상승 감수, 금리 파격 인하
- 재정 악화 무릅쓰고 예산 공격투입
- "전시엔 물가,재정,보유액 하나씩 포기"

정부와 한국은행의 거시경제 정책이 '평시체제'에서 '전시체제'로 완전히 전환했다.



물가상승과 재정적자를 감수한 채 파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한데 이어 나랏돈도 과감하게 풀기로 했다. '세계 대공황' 위기를 맞아 실물경제 침체를 막기 위함이다.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물가와 재정건전성은 당분간 희생할 수 밖에 없다는 '비장함'이 묻어난다.

한은은 27일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5.00%에서 4.25%로 0.7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0.25~0.50%포인트를 크게 웃도는 인하폭이다.



지난 9일 기준금리를 5.25%에서 5.0%로 0.25% 내린데 이어 18일 만에 다시 추가로 0.75%포인트 인하한 것이다. 3주가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기준금리는 1%포인트나 떨어졌다.

'물가관리'는 뒷전으로 미뤄놓겠다는 선언에 다름없다. 지금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5% 수준으로 이미 한은의 물가관리목표 상한선(3.5%)를 크게 웃돌고 있다는 점에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비상 국면에서는 물가를 논할 여유가 없다"며 "경기가 워낙 안 좋은데다 국제유가도 떨어졌다는 점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그렇게 클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수입물가에 직결되는 원/달러 환율 역시 하향안정을 위한 정부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50% 가까이 뛰었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지난 9월 수입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2.6% 급등했다.

재정정책은 물가 뿐 아니라 재정건전성까지 희생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과감한 예산지출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내년 재정지출 규모를 당초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의 273조8000억원에서 약 280조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현 예산안 기준 1%에서 최대 2%까지 높아질 수 있다. 추가되는 예산은 주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고용 효과가 큰 중소기업 및 서비스업 지원 확대 등에 쓰인다.

재정지출 확대에 따라 당초 7조3000억원으로 잡혀 있던 내년 적자국채 발행액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30% 수준에서 묶겠다"던 이명박정부의 대선 공약은 더욱 달성하기 어려워졌다. 2012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에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재정부 관계자는 "성장률이 낮아지고 재정적자폭이 커짐에 따라 장기 재정운용계획을 큰 틀에서 재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현 시점에서 재정을 동원해 실물경제를 떠받치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재정건전성 악화가 심해지겠지만 단기에 그치면 내년 하반기에는 재정건전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직 관료는 "전시 상황에서는 안타깝지만 경기, 물가, 재정, 외환보유액 등을 놓고 차례로 하나씩 포기하는 수 밖에 없다"며 "3가지 다 지켜려다간 모든 것을 잃는 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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