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부도와 국가의 딜레마(하)

윤영호 통신원(Seven Rivers Capital 대표) 2008.10.1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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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렇다면, 카자흐스탄 국가 CDS는 왜 급등하는가?

외환위기의 두번째 근거는 카자흐스탄 CDS의 증가입니다. CDS의 급등은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먼저 최근 CDS의 변화 추세를 보시죠. 아래 그림은 카자흐스탄 국가 디폴트 리스크를 나타내는 CDS입니다
국가 부도와 국가의 딜레마(하)


아래 그림은 한국 국가 디폴트 리스크를 나타내는 CDS입니다.
국가 부도와 국가의 딜레마(하)
이머징 마켓 대부분의 나라에서 CDS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굿모닝신한 증권의 강종선 차장은 CDS가 시장 지표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금번 글로벌 위기는 바로 CDS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CDS의 주된 매수처였던 미국 금융기관이 무너지면서 CDS 마켓이 존재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마켓 메이커의 부재로 마켓의 가격 발견 기능이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CDS를 근거로 국가 부도 위기를 언급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일 거래량이 5백만불도 되지 않는 CDS를 근거로 외환보유고가 480억불인 나라의 부도 리스크를 언급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위의 견해는 충분히 일리가 있지만, 비관론자를 잠재우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장은 늘 정보가 빠르기 때문에 CDS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카자흐스탄 국가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카자흐스탄은 여전히 펀더멘탈이 강하고, 어떠한 위험 요인도 없는 것일까요?



7) 물론 위기는 존재한다

분명히 위기는 존재합니다. 그게 엉뚱한 데이터에 근거하여 외환위기로 표현 되고 있어서 당황스러울 뿐입니다. 글로벌 IB가 어렵고, GE마저 어려운 국제 금융 환경 속에서 카자흐스탄 기업이나 은행이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여야만 정확한 해법이 나올 수 있는데,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이 잘 못된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므로, 대응은 감정적으로 나가기 쉽습니다. '카자흐스탄은 국가부도다' '무슨 소리냐? 너네나 걱정해라!'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카자흐스탄 은행에 위기가 존재합니다. 카자흐스탄 은행은 해외 차입 비중이 높았고, 따라서 글로벌 신용경색에 가장 취약한 구조였습니다. 지난해 7월에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서브프라임 사태의 영향을 받았고, 주가도 제일 먼저 하락했습니다. 해외로부터 자금 조달이 안되고, 채권 만기가 도래하고 있었습니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은행의 채권 상환 능력을 의심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작은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은행이 1년간 신용 공여를 중단하고, 여신을 회수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파급효과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가격의 하락입니다. 아래 그림은 은행이 부동산 관련 대출과 부동산 가격의 상관 관계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은행이 주택 관련 대출을 중단하면서 주택 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고, 부동산 가격 하락은 은행의 부실 채권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가 부도와 국가의 딜레마(하)
은행의 대출 비중 중에 부동산 관련 대출이 찾이하는 비율은 35-45% 정도입니다. 아래 그림은 각 은행별로 부동산에 대한 익스포져를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이 중에 상당수가 담보비율을 하회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국가 부도와 국가의 딜레마(하)


즉 위기는 민간 은행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부실채권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은행의 건선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더 나아가 불안 요인 중에 하나는 은행이 과연 채권을 정상적으로 분류하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혹시나 부실 채권을 정상 채권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8) 국가의 딜레마
카자흐스탄 국가의 외환보유고, 재정 수지가 좋기 때문에, 국가 위기는 없습니다. 국가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딜레마가 있습니다. 국가가 튼실하기 때문에 은행이 국가에 의존하여 넘어 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은행은 서서히 부실화 되어가고 있는데, 은행은 국가가 도와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은행은 부실 채권 문제에 대하여 처리를 미루고 있습니다. 부실 채권을 정부가 비싼 가격에 사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결국 카자흐스탄 은행이 자신의 부실 채권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한, 카자흐스탄 은행에 돈을 빌려줄 해외 금융 기관은 없을 것입니다. 현재와 같은 글로벌 신용경색이 해소된다고 해도 NPL 수치가 불투명한 은행 채권을 사줄 해외 금융기관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카자흐스탄 부동산 가격이 소폭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은행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 되지 않는한, 부동산 가격의 반등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할 것입니다.



은행은 국가를 믿고 버티고, 은행이 부실 채권을 공개하지 않으므로, 은행의 크레딧 라인은 점점 줄어 들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카자흐스탄 정부가 맞닥뜨리고 있는 딜레마입니다. 은행이 부실채권을 공개하면서 생길 사회적 파장을 우려하면서,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9) 국가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10월 13일 카자흐스탄에 세가지 주요 변화가 있었습니다.



첫째, 카자흐스탄의 경제 안정화에 중요 기능을 하고 있는 '까즈나 펀드'와 카자흐스탄 국영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국영지주 회사 '삼륵'의 합병하게 됩니다. 두조직은 통합하여 카자흐스탄 복지 펀드 '삼륵까즈나'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삼륵까즈나는 삼륵이 보유하고 있는 국영기업 (까즈무나이 가스, 카작 텔레콤, 카작 철도 등) 이외에 추가로 카자흐스탄 모기지 은행, 카자흐스탄 주택은행, 카자흐스탄 예금 보험, 까즈 아톰프롬, ENRC, 까작므스, 7개의 지방개발 공사 등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카자흐스탄 내셔날 오일 펀드로부터 향후 2년간 100억불을 들여와 새로운 조직인 '삼륵까즈나'의 추가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이 재원 중의 상당수가 카자흐스탄 금융 안정화에 투여될 것입니다.

세째, 예금자 보호 조치가 강화 되었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지속되면서, 개인들의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풀이 됩니다. 일인당 5천만원으로 예금 보장 한도를 인상하였습니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서 카자흐스탄 정부는 나름 대로 위기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에 언제 다가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국가 펀드를 통하여 은행의 부실채권을 비싸게 사줄까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면 카자흐스탄이 자랑하는 내셔날 오일 펀드의 성장 속도가 완만해 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9월초에 266억불을 기록하고 있는 내셔날 오일 펀드는 올해 말에는 330억불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 되었습니다. 그러나 유가 및 자원 가격이 하락하면서, 그 기대는 충족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 된다고 할 때, 카자흐스탄 국가 입장에서는 자원 가격의 추가 하락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민간 은행의 부실채권을 조금이라도 비싼 가격에 사준다는 것은 매우 한가한 행동으로 외부에 비춰질 것입니다.

10) 은행의 위기, 국가의 딜레마 그리고 딜레마!



위기는 존재합니다. 부실 채권과 관련하여 은행에 위기가 있습니다. 은행은 해외 채권을 무리 없이 상환했고, 내년까지도 무리 없게 상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관적인 전제를 모두 다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글로벌 신용경색이 내년 말까지 지속된다면, 카자흐스탄 은행이 해외 채권을 모두 상환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국가의 직접적 도움 없이는 일부 은행은 생존할 수 없습니다. 글로벌 신용경색 문제가 해결 된다고 해도, 은행의 NPL에 대한 투명한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카자흐스탄 은행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도를 내고, 자원 가격이 추가로 급락할 경우 카자흐스탄 국가 능력에 대해서도 재평가가 이뤄질 것입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화 장기화 될 경우, 국가 능력에 대한 위기는 카자흐스탄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일정 기간을 버틸 만큼의 충분한 재력이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될 경우 많은 국가들이 타월을 던질 것입니다. 언젠가는 카자흐스탄 차례가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마 절반 이상의 나라들이 타월을 던진 이후가 될 것입니다.

카자흐스탄 일부 은행에 대한 우려까지 모두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Financial Times가 보는 한국에 대한 우려, 카자흐스탄에 대한 걱정이 모두 근거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을 '국가부도 동메달' 국가로 칭한다면, 이는 너무 불공평한 잣대입니다.(물론 카자흐스탄을 국가부도 동메달이라고 말한 것은 한국 언론이지 FT는 아닙니다.) 한국 정부는 해외 언론의 보도에 대해 적극적인 반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자신감이 넘치는 것인지, 해외 언론 모니터링을 안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외형적으로 여유롭습니다. 이러한 평온은 저의 딜레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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