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韓중심 새 국제금융기구' 가능할까?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10.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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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韓중심 새 국제금융기구' 가능할까?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제안한 한국 중심의 새로운 국제금융기구의 창설은 가능할까?

만약 아시아통화기금(AMF), 동북아개발은행 등이 만들어진다면 우리나라에 본부를 유치하고 기구 운영을 주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새로운 국제금융기구의 설립은 필연적으로 '달러화 기축통화 체제'를 떠받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기능 축소를 뜻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반대가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새 국제기구 창설" MB의 야심= 이 대통령은 이날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매일경제신문 주최 '제9회 세계지식포럼' 축사에서 "(금융위기를 맞은) 지금이야말로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공동의 해법을 찾아내야 하고, 필요하다면 더 나은 질서를 창출해야 한다"며 "새로운 국제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의 상황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온 IMF, WB를 보조 또는 대체할 새로운 국제금융기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이 국제금융기구의 창설과 운영에서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염두해두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가능하다면 국제기구를 한국에 유치하고 싶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이 국제금융기구의 본부를 유치하고, 창설과 운영을 주도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3위으로 10위권 밖이고, 3대 준 기축통화(유로·엔·파운드) 경제권 중 어디에도 들어있지 않다. 게다가 세계금융질서를 주도할 만큼의 '지적 권위'(Intellectual Authority) 또는 '지적 리더십'(Intellectual Leadership)도 갖추지 못했다. 지금껏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하나 배출하지 못했음이 이를 말해준다.

◇ AMF 또는 동북아개발은행=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한중일과 아세안(동남아 국가 연합)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아시아 다자간 공동기금'의 조성이 성사되고, 기금 운영기구에 금융감독 기능까지 주어질 경우 사실상 아시아판 IMF, 즉 AMF가 만들어지게 된다.

공동기금 800억달러 가운데 80%인 640억달러를 한중일이 부담하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한중일이 각각 3분의 1씩 출자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중일이 중심이고, 중국과 일본은 상호견제하는 관계라는 점에서 AMF 창설만 이뤄진다면 우리나라가 주도력을 발휘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다른 가능성은 북한 개발 등을 목적으로 한 동북아개발은행이 설립되는 경우다. 다만 이는 북한이 세계질서에 온전히 편입돼 스스로 개혁·개방을 서두르기 시작할 경우에나 가능하다. 게다가 동북아개발은행이 설립될 경우에도 그동안 북한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지원을 펴온 중국과 주도권 다툼을 벌어야 할 수 있다.

◇ 최대 걸림돌은 미국= 설령 우리나라가 AMF 또는 동북아개발은행의 설립 논의에서 주도권을 갖게 되더라도 실제 창설까지는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바로 미국이다.

특히 AMF는 사실상 아시아에서 IMF의 역할을 대신 하는 것인데, IMF의 최대주주인 미국이 달가워할리 없다. 동북아개발은행도 WB그룹의 핵심인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의 역할을 일부 대체할 수 있어 미국 입장에서 껄끄럽다. 지금도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있지만, 이 역시 최대주주인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다. 그러나 동북아개발은행은 중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점이 미국에게 부담이다.

IMF와 WB는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 출범과 함께 달러화 중심의 통화질서를 유지하지 위해 창설된 기구다. IMF와 WB의 기능축소는 미국의 가장 두려워하는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 상실'을 가속화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익 차원에서 새로운 국제금융기구의 창설을 주도하고 새로운 통화질서 구축에 참여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그러나 그 과정에서 최대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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