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펀드도 서브프라임에 '된서리'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8.10.0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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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이후 40%이상 손실...회복 장기화 우려

글로벌 증시가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폭락하자 주식형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울상이다. 하지만 가슴에 멍이 든 것은 주식형펀드 투자자 뿐만이 아니다.

주식형펀드의 부진에 가려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한 가운데 리츠재간접펀드 역시 수익률이 곤두박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지역에 따라 일부 리츠재간접 펀드는 연초 이후 40% 이상 손실을 기록했고 최근 2년 동안 30% 이상 손실을 낸 상품도 속출했다.



◇ 일부 리츠재간접펀드, 1년간 40% 넘게 손실

리츠재간접펀드 가운데 특히 손실폭이 큰 것은 일본 시장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조사에 따르면, 삼성운용의 '삼성J-REITs 종류형재간접' 1-A와 1-B는 연초 후 각각 42% 이상 손실을 기록했고 최근 1년 손실 폭은 46%에 달했다. 이 운용사의 '삼성Japan Property재간접' 역시 최근 1년과 연초 이후 손실률이 각각 45.86%, 41.13%에 달했다. 이들 3개 펀드는 최근 3개월 동안에만 20%를 웃도는 손실을 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투자하는 리츠재간접펀드 역시 큰 폭의 손실을 기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골드만삭스의 '골드만삭스아시안리츠재간접'은 클래스 A와 B가 연초 이후 각각 33% 내외의 손실을 기록했고 최근 1년 동안에는 43% 안팎의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아시아퍼시픽디스커버리리츠재간접'과 하이운용의 'CJ SLI Global Property 재간접' 역시 최근 1년 동안 40% 내외의 손실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의 경우 손실 폭이 이보다 작았지만 1년 동안 30% 가량의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리츠재간접펀드가 커다란 손실을 기록한 것은 미국의 부동산 경기 부진을 포함해 2007년부터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내림세를 보이기 시작한 데 따른 것이다.



이수진 제로인 애널리스트는 "2001년 이후 6년가량 장기적으로 고수익을 올린 리츠재간접펀드는 2007년 초부터 수익률이 꺾이기 시작했다"며 "지난해 초부터 수익률이 부진하자 펀드 수탁액도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라고 전했다.

월가의 금융위기가 글로벌 주식시장은 물론이고 부동산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반토막 난 리츠재간접펀드, 해결책 없나



글로벌 리츠재간접 펀드는 주식시장과 상관관계가 낮으면서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10%를 웃도는 고수익을 올려준 상품이다. 또 리츠 자산 가격의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 뿐 아니라 안정적인 배당 수익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투자 수단이다.

하지만 최근 1~2년 동안의 수익률은 실망스럽기 이를 데가 없다. 최근 1년 사이 리츠재간접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최악의 경우 반 토막에 가까운 손실을 떠안은 상황이다. 리츠재간접 펀드가 이처럼 고전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우선 펀드의 운용 방식보다 투자 지역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진 애널리스트는 "리츠펀드는 하나의 펀드 안에서 임대수익과 개발 수익, 시세 차익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익률 차이가 운용 방식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이보다 투자 지역의 부동산 경기에서 나타나는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리츠재간접 펀드가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이지만 수익률은 오히려 글로벌 금융업종과 더 깊이 맞물려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 팀장은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담보로 한 파생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처럼 리츠재간접 펀드 역시 주택시장에서 비롯된 충격이 금융시장에 직접적으로 가해진 사례 중 하나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신용위기로 인한 타격을 글로벌 금융섹터보다 먼저 받은 상품이 바로 리츠재간접 펀드라는 것.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담보로 한 파생상품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글로벌 IB들이 리츠 투자자산을 먼저 회수한 것도 관련 상품의 수익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앞으로 수익률을 회복할 여지는 있는 것일까. 이번 신용위기가 진정되고 실물경기가 살아나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리츠재간접 펀드의 수익률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회사가 신용위기를 극복하고 투자와 대출을 재개,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자금이 공급되기 전까지는 펀드 수익률의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계웅 팀장은 "리츠의 주요 투자자인 금융회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이겨낸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투자 여력을 회복하고 대출에 적극 나설 것인지 여부는 불투명하기 때문에 관련 펀드의 수익률이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간 묻어두면 그만큼 고통의 시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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