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폭등의 악순환 고리 끊어라"

더벨 이승우 기자 2008.10.0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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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등이 폭등 유발..당국 적극 대응 필요한 시점

이 기사는 10월06일(16:1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코리아!"

최근 외국계 IB 외환 전략가들끼리 글로벌 '컨퍼런스 콜'을 하면 집중적으로 거래를 해야 할 통화 중 한국 원화가 가장 많이 거론된다고 한다.



하지만 폭락하는 원화의 결정적인 이유를 찾지 못하고 단기 투자로 국한시킨다고 한다. 외환수급과 경제 지표(펀더멘털)를 보면 길게 투자(원화 약세)할 조건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지 확대된 변동성에 베팅한다는 것.

그러면서 "한국 원화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아니면 "한국의 외환당국이 원화를 막을 힘이 없게 된 건가"라면서 '불안감'을 드러낸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불안감'으로 가격 변수가 요동치는 것을 막아야할 때가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외 변수 모두를 고려하면 '환율 상승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지만 이상 급변동으로 '자기실현적(self-fulfilling)'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것을 차단할 필요가 생겼다는 것이다.

실탄 아끼는 외환당국

물가가 급등하던 지난 7월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외환시장 공동대책을 발표하면서 달러 융탄 폭격을 했다.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으며 하루에만 환율을 30원 이상 끌어내린 것.


이후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외환당국의 태도는 바뀌었다. "환율 상승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이성태 한은 총재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듯이 상승을 인정하고 속도 조절에만 치중한 것. 그러면서 이후 환율은 당시와 비교할 때 300원 가까이 폭등했다.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모두가 적자로 돌아섰고 신용경색으로 글로벌 달러 부족 현상이 가중되면서 환율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IB들의 파산 등 신용경색의 부작용이 추가로 더 나타날 수 있어 외환당국은 실탄을 쏟아 붓는데 신중했다.

한은 한 고위 관계자는 "신용경색 현상이 이미 몇 년동안 이어지고 있지만 지금 이 단계가 어느 정도에 와 있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가장 큰 위기라고 생각될 때 쓸 수 있는 정부의 카드는 아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9월 정부의 외환보유액은 35억달러 감소에 그쳤다. 폭등하는 환율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에서는 10월 이후 경상수지 개선에 대한 기대도 동시에 하고 있다.

폭등이 폭등 유발, '악순환' 고리 끊어야

외환 전문가들 대부분도 환율의 추세 상승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달러 수급과 해외 변수 등의 영향력 이상으로 원화가 급하게 약세로 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이뤄진 속도 조절 개입 이상의 강력 조치로 무너진 심리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것.

임지원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하락하면서 경상수지가, 채권과 주식 자금 유출이 감소하면서 자본수지 개선이 가능하지만 가격 변수가 요동을 치면서 원화가 이외 변수들에 너무 민감한 상태가 돼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외환시장에서 딜러들의 행태와 환율 움직임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급등할 재료가 아니어도 상승세가 강해지고 딜러들도 어쩔 수 없이 이를 따라간다는 것.

외국계 은행 딜러는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거래를 상당히 줄이고 있지만 얼마 되지 않는 달러 매수세가 등장하면 환율이 급등하고 이를 쫓아 다시 환율이 추가로 급등하는 일이 매번이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은행 한 외환전략가는 "원화에 대한 민감도가 상당히 커져 이유 없이 가격 변수가 요동을 치면 위(헤드쿼터)에서는 포지션을 줄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러면서 원화 변동성은 아시아 통화 중 최고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외환당국도 환율 움직임을 제어하기 더욱 힘든 상황으로 치 닫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나중에 개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더라도 더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것.

임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금융시장은 주식과 채권, 외환, 외화자금 시장이 다 연결돼 있는데 외환쪽에서 심리가 불안해줘 전체 금융시장으로 악영향이 전염되는 것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진우 NH선물 기획조사부장은 "국내 금융시장 안정과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환율 안정이 꼭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작심하고 강력한 매도 개입을 단행한다면 역내외 투기 세력의 차익실현 내지 손절매(로스컷)를 통한 시장 자체적인 매물을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외환당국의 의지와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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