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고 빌리고…은행권 '불(弗) 모으기'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2008.10.06 16:10
글자크기

시중은행 외화자산 매각검토, 국책銀 신규차입 추진

정부와 금융당국이 6일 은행장들을 만나 외화유동성 확보를 주문하면서 시중은행은 물론 국책은행들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시중은행들은 외화자산 매각을 타진하고 국책은행들은 외화차입 시기를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당장 달러를 끌어 모으기엔 상황이 녹록치 않다. 외화자산 처리부터 쉽지 않다. 외화증권 수요자인 미국경제는 얼어붙었고 헐값으로 내놓으면 국내 은행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춰져 경제심리가 더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외화자산 팔자= 은행들은 기회가 왔을 때 바로 내다팔 수 있도록 매각 가능한 외화자산 순위 매기기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외화채권을 갖고 있는 여러 부서에서 어떤 걸 팔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고 국민은행은 " 현재로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건 유가증권 밖에 없다"며 "이게 안되면 담보를 통한 차입을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팔면 그만인 외화자산 매각은 임시방편이라는 시각이 많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화자산 매각 노력은 계속 해왔지만 유산스(기한부신용장)도 미국과 맞물려 있고 외화증권을 살 사람도 없다"며 "지금 당장 어떤 방안이 나올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자구책이 외화예금이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예금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금리를 9월 대비 배로 올렸다. 국민은행은 7일~1개월 미만 외화정기예금 금리를 한달새 2% 미만에서 4.88%까지, 우리은행은 2% 미만에서 4.89%로 올렸다.

하나은행은 다음주 고금리 법인전용 외화 MMDA(수시입출식예금)를 출시할 계획이고 신한은행은 수출입거래 중소기업들에게 수수료혜택을 제공하는 '수출입송금 외화통장'을 내놨다.


◇국책은행은 외화차입=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외화차입에 공을 들이지만 간단치만 않다. CDS(신용디폴트스왑)이 상승하면서 시중은행 부담도 커졌고 지난주 들어 시장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다.

산업은행은 일단 이번달 안에 공동인수(Club Deal) 방식으로 3억달러 가량 론차입을 추진하고 있다. 김인주 외자조달팀장은 "검토 단계이고 CDS가 안정되는 등 시장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산은은 은행간 차입 및 머니마켓을 통해 5억2000만 달러를 차입했다.

수출입은행도 외화차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최성환 국제금융부장은 "대표 차입기관인 만큼 좋은 조건으로 차입할 수 있도록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기관들은 숨고르기를 하며 차입처와 접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도 2주 안에 국채를 담보로 하는 1억달러 차입을 마칠 예정이다.

그러나 신규 차입 가능성에 대해선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CDS가 급증하고 전반적으로 익스포저(위험노출)를 줄이려는 상황에서 신디케이트론으로 차입을 할 수 있을지, 국책은행들이 한꺼번에 한다고 해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