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환율 안정돼야 '실탄쏜다'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08.10.06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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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쥐고도 매도 우위 속 관망..'운신의 폭' 줄었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주식매수 여력이 커졌음에도 투신권의 매도세가 계속되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어 본격적인 증시 반등 전까진 투신권의 활발한 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6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식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자산의 평가액은 9월 평균 약 5조300억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지난 8월(5조3600억원)에 비해 소폭 감소한 수치지만 여전히 주식을 사들일 자금력은 풍부한 셈이다. 주식펀드 내 유동성자산이란 MMF 등 환금성이 뛰어난 자산으로 일종의 주식 매수 대기자금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신권은 연일 순매도세다.



지난 9월 24일부터 10월 2일까지 투신은 1조3681억원을 내리 순매도했다. 6일 오후 12시 55분 현재도 1569원어치의 주식을 쏟아내고 있다.

사실 투신권의 순매도는 지난 9월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11일 하루에만 올들어 최대 규모인 1조2639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고 29일에는 6099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투신의 순매도 상당 부분은 프로그램 매매로 펀드 내 실질적인 매도는 아니다"라며 "주식 편입 비중이 낮아진 상황이어서 매수여력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긴 어렵다"고 밝혔다.


일부에선 지난 달 분기 결산을 앞두고 펀드 수익률 관리를 위해 주식을 대량 매수하는 '윈도 드레싱'에 대한 기대도 높았지만 예상과 달리 그 효과는 드러나지 않았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일부 종목별로 2~3일 정도 윈도 드레싱이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거론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시장이 급등락하니 매매가 어려워 관망하는 분위기가 높다"고 전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윈도드레싱은 매수를 위한 플러스 요인이고 펀드 자금 유입 둔화와 로스컷 물량 출회 가능성은 마이너스 요인이라면 후자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투신권, 언제쯤 적극적 매수 기대할 수 있나

투신권이 적잖은 '실탄'으로 본격적인 매수에 나서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펀드 유입자금이 줄고 있는 데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반등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



김해동 SH자산운용의 주식운용본부장은 "펀드 시장 전반적으로 자금 유입이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단기 반등할 가능성도 낮다"며 "미국 구제금융안이 실제로 효력을 발휘하는 게 6주 후이고 내달 초 대선도 예정돼 있어 이번 달이 지나야 증시가 안정될 기미가 보일 것"이라고 점쳤다.

김영일 본부장은 "신용경색이 언제쯤 완화되는 지가 관건이라며 무엇보다 환율이 안정돼 1150원선으로 내려가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봤다.

김 본부장은 "펀더멘털이 안 좋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으로 수출기업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엔화 대비 연초보다 40% 가격 경쟁력이 생긴 상황에서 1~2년 장기적으로 보면 수출업종은 매수 호기"라고 분석했다.



반면 과거와 달리 약세장에서 자산운용사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학균 연구위원은 "투신이 돈을 쥐고 있다는 것을 매수여력으로 보는 건 강세장에서 본 시각"이라며 "오히려 환매에 대비해 편입비중이 더 줄어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2005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강세장에서 운용사들의 주식편입비는 91%였으나 2002년 약세장에서는 84%에 불과했다는 것.

김 연구위원은 "투신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려면 펀드로 들어오는 자금이 늘어나야 하고 이를 위해선 주가 자체가 급반등해 펀드 기대 수익률이 높아져야 한다"며 "지난 강세장에서는 운용사의 영향력이 컸지만 내년까지는 투신의 영향력이 줄고 외국인과 연기금이 수급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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