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걱정되는 첫단추 '대우조선 매각'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8.10.0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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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이 종반을 향하고 있다. 막판 변수 중 하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일 것이냐다.

역대 대형 M&A의 경우 정부나 정치권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설이 끝이지 않았다. 정부나 정부 산하 기관들이 진행하는 매각 건 때는 더욱 그랬다. 이번 인수전도 매각 주체와 주관사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다. 정부나 정치권이 마음만 먹으면 '판을 흔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이런 와중에 국민연금의 행보는 찜찜하다. 국민연금은 1조원 이상 거액 투자를 공언한 뒤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지원할 후보들을 저울질 하더니 이제는 투자 포기를 검토하고 있다.



포기 검토 배경으로 금융환경이 급변해 대우조선의 투자 메리트가 상대적으로 떨어졌고 다른 투자의 기회가 늘어났다고 밝혔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번 인수전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국민연금이 포스코 (375,000원 ▼500 -0.13%), GS (44,800원 ▲400 +0.90%)그룹, 한화 (29,650원 ▲250 +0.85%)그룹 등 3개 기업 중 어느 한곳을 선택하는데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선택이 어렵다거나 선택받지 못한 기업들의 원망이 두려워 결정을 못한다면 차라리 재무적 투자자의 역할을 접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의 석연치 않은 막판 행보는 후보 기업 보다 그 뒤에 있을 '보이지 않는 손'을 의식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A 후보 기업이 유력한 실세를 잡았다느니, B 후보기업이 실세와 친분이 두텁다느니 하는 갖가지 풍문들이 돌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를 느끼게 하는 것은 국민연금만이 아니다. 다른 재무적 투자자인 대부분의 은행들이 최근에야 지원할 후보를 결정했고, 우리은행, 농협 등은 지난 주말까지도 결정하지 못했다.

몇몇 재무적 투자자들은 국민연금의 결정을 보고 '힌트'를 얻으려다가 국민연금이 투자 포기를 검토하자 당혹스러웠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번 인수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인수 후보기업들의 전력과 전략이 대부분 노출된 상태에서 막판까지 결정을 미룬 것은 '경제 외적인 요소'의 향방을 기다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인수전은 예상 인수가격이 5조~8조원을 호가하는 초대형 M&A이다. 새 정부 들어 진행되는 첫 대형 딜이기도 하다. 첫 단추가 어떻게 꿰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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