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안목 높인 뒤 본격 투자 나서야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8.10.1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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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기획]우아한 재테크/ 그림

취미로 안목 높인 뒤 본격 투자 나서야


2년 전부터 미술품 거래에 관심을 갖게 된 원소연(가명) 씨. 그녀는 미술품은 고가라고만 생각해 미대를 졸업했어도 작품 구입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주말에 남편과 화랑을 돌면서 그림 감상을 하고, 평소 관심 있는 작가를 눈여겨봤다가 온라인 경매에서 작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남편과 매달 월급에서 20만원씩 작품 구입비를 챙겨놓는다는 원씨는 “부부가 함께 취미생활을 겸할 수 있는 좋은 재테크 수단”이라고 예찬론을 폈다.



원씨와 같은 직장인을 위한 저렴한 미술품 전시가 개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0월19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마니프(MANIF) 서울국제아트페어가 열리고 있다. 이번 아트페어는 ‘김과장 전시장 가는 날’이라는 부제로 주머니가 가벼운 직장인을 위한 전시회를 기획했다.

부제처럼 직장에서 과장 직함을 갖고 있는 사람은 명함과 신분증을 제출하면 동반가족까지 1인당 4000~5000원의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초보 소장자를 위한 ‘100만원 특별전’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마니프 수상작가인 황용엽, 김선득 씨 등의 작품을 100만원이라는 균일가에 판매한다. 출품한 작품도 절반 이상이 1000만원 이하다.

미술품 구매라고 하면 돈 있는 큰손들이나 할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인식하기 쉽지만 소액투자도 어렵지 않다. 미술계 전문가들은 미술에 대한 이해가 있고 작품을 좋아하면서 미술품의 평가에 대해 귀를 열어놓고 있다면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미술품 투자, 어떻게 접근할까


처음부터 가치 있는 작품을 선별하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언감생심이다. 우선 작품을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하는데 관련 서적을 꾸준히 읽으면서 미술관, 화랑, 경매회사 등을 찾아 작가의 작품세계와 미술계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술시장은 정보력에서 투자의 성패가 좌우되는 만큼 해외 웹사이트인 아트넷(www.artnet.com)이나 국내 온라인 동호회를 방문해 축적된 노하우를 습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술품 경매회사인 K옥션은 미술품 구입 시 네가지 기본원칙을 두고 접근할 것을 당부한다.

우선 소장하는 동안 기쁨을 주는 작품을 구입해야 한다. 미술품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좋아하는 작품을 가까이 두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투자만을 목적으로 미술품을 생각한다면 수익률이 나은 분야가 얼마든지 있다.

둘째, 미술품 투자는 주식 등 다른 투자상품에 비해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야 한다. 미술품 시장에는 변수가 많고 흐름이 있어 짧게는 5~10년, 길게는 20년 이상 바라보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셋째, 대중이 선호하는 작가와 대표작을 사는 것이 안전하다. 일반적으로 대중이 선호하는 작가의 작품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어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한다. 특히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독창성이 뛰어난 전성기의 작품이 선호도가 높다. 대표작이나 유명작품은 환금성이 뛰어나고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경우가 많다.

넷째, 작품을 꼼꼼히 분석하라는 것이다. 유명작가의 작품이라 할지라도 보존상태, 수리여부, 재료, 수작과 태작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으므로 구매 시 미술품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 위작 의혹을 피하기 위해 전문가를 대동하거나 검증된 갤러리, 아트페어, 경매회사를 찾는 것이 안전하다.

◆지난해 활황, 올해는 ‘글쎄’



취미로 안목 높인 뒤 본격 투자 나서야
서울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작품의 평균 가격은 2006년에 비해 51.9%나 뛰었다. 국내 경매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근현대 서양화 작가 30명의 작품을 대상으로 가격추이를 조사한 결과 2001년을 100으로 봤을 때 2006년이 181, 2007년은 275를 기록했다.

업계는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이 2006년 600억원대에서 2007년 1900억원대로 가파르게 성장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낙찰가격도 상당히 높아졌다. 박수근의 '빨래터'가 45억2000만원이라는 한국미술 경매사상 최고가에 낙찰된 것을 비롯해 서울옥션에서 20억원 이상의 낙찰가를 보인 작품이 6점이나 됐다. 지난 2006년 2점에 그친 것에 비하면 커다란 변화다. 늦은 감이 있지만 경제규모 13위의 한국에서도 미술품에 대한 가치에 눈을 떴다는 얘기다.

지난해 미술시장은 ▲신규 컬렉터들의 활발한 유입과 시장 규모의 확대 ▲동시대 작가 거래 비중의 확대 ▲일부 동시대 작가 작품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 심리 ▲해외 미술품 수요의 확대 ▲근대 작품시장의 견고함 유지 등과 같은 특성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미술품시장의 상황은 지난해와 사뭇 다르다. 지난해 치솟은 미술품의 가격과 경기불황 등의 여파로 시장 성장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정부의 미술품 양도세 부과방침 발표는 미술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형국이다. 정부는 2010년부터 4000만원 이상인 미술품에 대해 양도소득세 20%를 과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미술계 관계자들의 볼멘 성토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월30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미술시장의 진흥과 과제’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미술계 인사들은 양도세 부과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거품이 꺼지면서 올해 미술시장 예상 규모는 2500억~3000억원으로 NHN의 2분기 매출인 3048억원에도 못미친다”면서 "양도세 부과가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표미선 표화랑 대표도 “지하시장이 발달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술품 거래가 위축되면 작가들의 창작활동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새로 미술품 투자에 뛰어드는 초보자라면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취미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한 것도 이 같은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함이다. 당장 급전이 필요하다고 해서 헐값에 매각하거나 경매물로 내놓는 것은 미술품 시장이 불황일 경우 더 더욱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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