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상황종료?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9.3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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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 지지세력 예상보다 강해… 구제법안 통과까지 악재 산적

9월 마지막 날 최악의 상황을 한번 더 맛봤다.
미하원이 금융구제법안을 부결시키면서 뉴욕증시가 폭락함에 따라 개장초 1400선이 또 다시 무너졌다.

원/달러 환율은 5년5개월 최고치인 1230원까지 치솟았고 8월 경상수지는 49억1000만달러 적자로 사상최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증시 불안감의 지표로 인식되는 S&P500 변동성지수(VIX)와 나스닥 변동성지수(VXN)가 각각 46.72%와 49.56%까지 폭등하며 2001년 9.11 테러 발발 직후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은 의외로 쉽게 마무리됐다.
금융위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취하고 정부가 긴급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면서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섬에 따라 개장초의 경악 분위기는 안도감으로 탈바꿈했다.

1376.72까지 5.47% 급락했던 코스피지수는 일본이나 싱가포르 증시와 달리 연저점(1366.88)을 건드리지 않고 막바로 낙폭 만회 국면으로 돌입했다.
코스피200 지수선물도 9시5분부터 시작되는 사이드카를 모면했다.



글로벌 증시가 몰락하는 장에서도 외국인이 834억원의 주식 순매도에 그쳤다는 것은 향후 수급 전망에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외국인이 지수선물을 2501계약이나 순매수한 점 또한 장세 관점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표현이었다.

환매에 몰리고 있는 투신권이 이날도 1432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5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지만 전날 하루 쉰 연기금이 1000억원대 주식 순매수에 나서면서 시장 안전판의 역할을 되찾았다.

연말까지 공매도가 원천 봉쇄되고 기업들의 일일 자사주 매입한도가 10%로 확대됨에 따라 금융불안감만 해소된다면 수급상황은 더 없이 좋게 펼쳐질 여지가 생겼다.


종가(1448.06, -0.57%)만 놓고 보면 개장초 긴박했던 상황을 전혀 눈치챌 수 없는 정도로 코스피의 장중 복원력이 뛰어났다.
이는 최악의 상황이 끝났다는 선언과 마찬가지다. 더 이상 나빠질래야 나빠질 수 없는 상황이란 앞으로 좋은 일만 전개될 것이라는 뜻과도 같다.

올 1∼8월 경상적자 누적액이 125억9000만달러로 증가했지만 한국은행은 9월중 적자폭이 줄어든 뒤 10월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수입원유단가가 1개월 이상의 운송시차를 감안할 경우 앞으로 크게 떨어질 것인데다 통관된 선박에 대한 소유권 이전이 이뤄지면 상품수지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에 추석연휴가 있었던 요인을 감안하고 향후 해외여행 둔화에 따른 서비스수지 적자 개선 효과에 통상 10∼11월에 수출실적이 크게 늘어나는 경향을 종합하면 경상수지 개선은 확실하다는 얘기다.

1230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1207원으로 반락 마감했는데 외환당국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이 지난 것으로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워낙 변동성이 크고 글로벌 요인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지만 외환시장 최악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불안시 가장 먼저 짚어봐야할 자금시장은 호전됐다. 국채선물이 105.89로 무려 75bp나 급등했고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24bp 추락한 5.74%로 떨어졌다.

50%에 근접 상승한 변동성지수 또한 더 오를 수 없는 레벨에 이르렀기 때문에 앞으로 떨어지는 일만 남았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미증시 폭락세는 이번주내로 미하원이 수정안에 대해 승인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정책리스크는 어제로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



개장초 전업종이 급락하고 시총 200위에서 한 종목도 상승하지 못했지만 보험(+0.7%), 건설(+0.2%), 운수장비(+0.1%), 증권(+0.08%), 유통(+0.03%) 등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종목별로도 초반 급락세를 딛고 상승폭을 확대한 종목이 속출했다.
현대건설 (30,950원 ▼200 -0.64%)이 -5.51%의 낙폭을 이겨내고 4.17% 급등한 것을 비롯해 현대차 (250,500원 ▲4,500 +1.83%)(-4.82%→1.24%), LG전자 (110,100원 ▲600 +0.55%)(-6.32%→1.89%), 신세계 (154,900원 ▼1,300 -0.83%)(-3.98%→1.63%), 미래에셋증권 (20,500원 ▼150 -0.7%)(-8.94%→1.51%) 등 초반의 수렁에서 빠져나와 강한 상승세를 보인 종목이 즐비했다.
기아차 (105,600원 ▲2,100 +2.03%)는 -4.21%의 하락을 이겨내고 장중 +4.21% 급등하며 연고점을 경신하기까지 했다.

이날 또 한 번 1400선이 무너졌지만 오히려 바닥 인식이 강화된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1500대 진입에 주저하던 투자자들이 이젠 1400선을 저점으로 확신하고 매수공세에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9월 마지막 날과 함께 지옥은 시간 속으로 묻히게 됐다. 내일부터 펼쳐지는 10월부터는 보다 공격적인 마인드로 주식시장을 대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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