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글로벌금융' 달러·원자재 향방?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8.10.0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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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시장의 눈들이 미국에 집중된 가운데 주식은 물론이고 외환과 원자재 시장까지 연일 급등락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짙은 안개 속에 갇히자 펀드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한 재테크 동호회 홈페이지에는 금 펀드에 지금 가입해도 될 것인지, 해외 펀드에 가입할 때 환헤지를 하는 것이 유리한지 여부를 상담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이번 구제금융안 통과 여부에 상관없이 달러화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의 경우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따라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실물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3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미국 하원에서 구제금융안이 부결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8월 경상수지 적자 발표로 자중 1230원까지 치솟은 후 정부의 구두개입으로 1207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어 1일 장중 원/달러 환율은 1190원 내외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번 위기의 진앙지가 미국이지만 달러화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세계 경기가 침체 국면일 때 신용등급이 낮은 국가와 신용등급이 낮은 금융회사가 많은 국가, 선진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의 통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는 것. 여기에 최근 달러화 상승이 실물경기보다 신용 불확실성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구제금융안이 통과돼 채권을 발행하더라도 자금이 정상적으로 순환하는 것이 아니라 부실이 발생한 특정 금융업계에 투입되고, 신흥국을 중심으로 달러화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구제금융안이 끝내 부결되더라도 달러화는 초기에 주가와 함께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높지만 가격 논리에 따라 결국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실물 경기 측면에서 달러화 강세가 장기간 이어지기는 힘들며 구제금융안 통과로 부실이 투명하게 드러나고 대내적으로도 무역수지 개선과 원자재 가격 안정되면 달러화 강세 요인이 희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의 대외부채 부담과 미국 채권을 보유한 국가의 이해 등 달러화 강세를 지지하는 정치적인 요인과 달러화 부족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가파른 하락을 예상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금과 유가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머니 앤 마켓닷컴의 원자재 애널리스트인 숀 브로드릭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투자자들이 금을 제외한 해외 자산을 닥치는 대로 처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골드 앤 실버 인베스트먼트의 마크 오번은 "이보다 더 강하게 금값 강세 시나리오를 생각하기는 힘들다"며 "구제금융안이 승인되든 그렇지 않든 금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 때문에 더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프라이스닷비즈의 편집자인 샘 커틀리는 "국제 금값의 진정한 랠리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으며, 29일(현지시간) 미국 주식을 매도한 투자자들이 평가절하되고 있는 달러 보유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인 금으로 갈아타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때 금 값 상승세도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 시세가 연내 온스당 1000달러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하원에서 구제금융안이 부결된 2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은 온스당 894.40달러로 마감, 전날보다 5.90달러 상승한 데 이어 시간외거래에서 추가 상승해 93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나타난 금값의 강세가 앞으로 추가 상승의 여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전문가는 판단했다.



이어 30일(현지시간) 구제금융안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뉴욕증시가 급반등하며 금 값은 880달러 선으로 뒷걸음질 쳤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 값 상승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국제 원유 전망은 우울하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페리 매니지먼트의 찰스 페리 대표는 "구제금융안 부결에 따라 국제 유가는 앞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원유 트레이더들은 이번 구제금융안 부결이 경기 침체를 더 부채질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앞으로 경기 침체가 보다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유가는 당분간 배럴당 90달러에서 바닥을 다질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1~2개월 후 이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그는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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