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호랑이한테 물려가도...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9.3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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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구제법안 통과 기대감 남아…시스템 붕괴 비관은 일러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었다.
미하원이 금융구제법안을 부결시키면서 증시가 초토화됐다.

다우지수는 777.68포인트 폭락하며 112년 역사상 최대 낙폭의 기록을 세웠다. 하락률(6.98%)은 지난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고 나흘간 휴장을 거친 뒤 첫 거래일(17일)에서 기록된 -7.13% 이후 최대다.

S&P500지수는 8.79%(106.59포인트) 추락하며 지난 87년 10월19일 블랙먼데이(-20.47%)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도 9.14% (199.61포인트)폭락한 1983.73을 기록, '사상 최악의 날'로 기록됐다.



다우, S&P500, 나스닥,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 다우유틸리티지수, 윌셔5000 등 뉴욕증시 지수가 연저점을 경신했다.
영국, 독일 증시는 물론 브라질, 캐나다 증시도 연저점으로 곤두박질쳤다.

변동성은 50%선에 육박하는 폭등세를 나타냈다. S&P500 변동성지수(VIX)가 46.72%, 나스닥 변동성지수(VXN)가 49.56%까지 치솟았다.



미채권 수익률은 추락했다. 2년 및 10년 국채수익률이 각각 1.65%와 3.57%로 전날에 비해 44bp와 28bp 떨어졌다.
재무성증권 수익률도 다시 급전직하했는데 3개월물과 6개월물 수익률이 0.34%와 1.21%로 내려섰다.

엔화는 초강세를 보였다. 글로벌 증시가 몰락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대거 이뤄졌다.
엔/달러 환율은 103.84엔으로 급락하며 104엔선 지지선을 밑돌았다. 엔/유로 환율은 150엔, 엔/스위스프랑 환율은 95.54엔으로 속락했다.

그러나 유로화 또한 약세를 보이며 유로화 가중치가 57.6%에 달하는 달러인덱스는 78선으로 상승했다.


구제법안 통과 실패로 금융시장 불안과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이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국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면서 국제유가(WTI)가 10% 가깝게 급락한 96.37달러로 마감됐다. 지난 18일에 이어 7일만에 다시 100달러선 밑으로 떨어졌다.

CRB상품지수 또한 343.22(-5.86%)로 추락하며 16일 기록한 연저점(340.35)을 위협했다.



증시 몰락에 초점을 맞춘다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팰로시 미하원 의장이 "새로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촌각이 급한 증시 상황에서언제 어떤 법안이 다시 상정돼 미증시를 회생시킬 수 있을 것인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글로벌 증시에 맞춰진 초점을 돌려 전날 전개된 모든 시장 상황을 종합해 본다면 절망에 빠질 일은 아니다.
속칭 '대란'에 빠지려면 증시와 채권, 그리고 외환 등 3개 시장이 모두 무너지는 것이 정석이다.

이같은 논리가 이머징마켓에만 적용되는 것이라는 항변도 있겠지만 일단 전날 미국시장을 보면 증시 폭락 이외에 채권과 외환시장이 망가진 것은 아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증시에 악재지만 어쨌든 미국 채권 수익률은 떨어졌다. 미국 부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AAA의 최상위 신용등급 위상이 흔들린다면 미채권 선호 현상이 나올 수 없는 일이다.
미달러도 마찬가지다. 엔화가 전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을 뿐 미달러가 약세로 돌변하지 않았다.



고무적인 현상은 유가 등 글로벌 상품가격의 하락이다. 이것이 경기침체의 단면이라는 평가를 부인할 수 없겠지만 인플레이션을 자극했던 원유, 곡물, 비철금속 등 상품가격의 하락은 근본적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의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코스피지수가 전날 초반 상승분을 내주고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사상 최대폭에 달하는 미증시 상황까지 선반영한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이날 장세 전망은 불투명, 아니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다우 낙폭 감안시 코스피지수가 5% 하락한다고 본다면 1383선이 도출된다. 물론 상당수 국가의 연저점이 경신된 점을 감안한다면 지난 18일 기록된 연저점(1366.88)도 무사하다고 낙관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미국 금융시스템 붕괴가 아니라면 글로벌 증시는 또 한차례 시험을 거친 뒤 회생하는 길을 모색할 여지가 있다.
월스트리트를 대변하던 투자은행이 몰락할 정도의 비상상황에서 당장 희망의 나무가 쑥쑥 자라지는 않을지라도 모든 자산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냉정한 분석에 따른 정확한 대응이 필요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고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격언을 곱씹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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