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업계의 한 중소업체 사장의 하소연이다. 원자재 가격이 이미 지난해의 2배 수준을 뛰어 넘어 숨이 막힐 지경인데 환율까지 치솟아 제품을 팔아도 손해를 본다. 외화대출도 꽉 막혔다.
원/달러 환율이 한때 1200원선도 넘어서자 수출입 관련 중소기업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급격한 환율 변동에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이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 29일 오전 한 은행 딜링룸 컴퓨터의 환율 시세표. 4년9개월 만에 장중 최고치인 1197.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임성균 기자
이들 기업에 대한 외화대출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전 세계적인 외화유동성 부족 현상 속에서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은행을 통해 외화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희박하다. 은행 자신이 달러가 부족한지라 기업들의 급한 사정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
외환시장과 외화자금 시장은 별도의 시장으로 환율이 오른다고 외화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심리적인 영향은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악순환의 연결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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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 계약으로 손해를 본 중소기업들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분석에 따르면 키코에 가입했다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기업 102개의 부도 위험성은 환율이 1200원일 경우 68.6%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10개 중 7개가 망한다는 얘기다.
'외화가뭄'에 시달리는 은행들은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중앙은행이 외화유동성을 더욱 적극적인 방법으로 제공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한은은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모든 패를 다 보여줘도 외환시장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위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국이 시장과 은행들이 요구하고 있는 수준의 중간선에서 구제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