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號, 금융권 지각변동 일으킬까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08.09.2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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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KB금융지주 공식출범…우리·신한·하나와 '4강체제'

국민은행 (0원 %)이 29일 오전 명동 옛 국민은행 본점 건물에서 현판식을 갖고 KB금융지주로 출범한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우리·신한·하나·KB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회사 중심 체제로 재편된다.

KB금융지주는 출범과 함께 금융권 지각변동의 중심에 설 것이 자명하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이미 대형 금융지주와의 대등합병론을 주장하는 등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HSBC의 외환은행 인수포기라는 돌발변수가 발생, 이같은 전략에 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외환은행 인수 성공시 국내 1위 금융그룹으로 우뚝설 수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고 있다. 은행권의 몸짓 불리기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다. 황영기호가 이런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 총력=황 회장은 지난 9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대등합병론'을 내놨다. 금융권은 일단 황 회장의 개인적 생각으로 평가절하했지만, 속내는 알 수 없다. 민영화가 예정된 우리금융은 이미 메가뱅크 방안을 밝힌 바 있다. 방법의 차이일 뿐 긍극적으로는 황 회장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합병·인수(M&A) 필요성을 절감하기는 하나금융도 마찬가지다. 외환은행과 LG카드 인수에 잇따라 실패하며, 빅4간 경쟁에서 뒤쳐진 상태다.



큰 결단만 있으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황 회장은 주장했다. 본인이 경영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내비췄다. 나아가 미래에셋그룹이나 한국금융지주 등도 합병 논의의 대상에 포함시켰다. 전방위적 M&A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돌연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외환은행보다 골드만삭스나 모간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인수하겠다는 속셈이다. 황 회장은 "외한은행 인수 그림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지만, HSBC의 인수포기를 염두해 둔 말은 아니었다.

현재 KB금융지주는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증권사 등 여러 M&A 대상을 놓고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등합병도 유효한 카드지만, 누가 뭐래도 M&A의 가장 우선 순위는 외환은행 (0원 %)이다. 소매중심의 국민은행과 해외 중심의 외환은행 조합은 KB금융지주가 그리고 있는 최적의 그림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진투자증권 (4,820원 ▲35 +0.73%) 얘기도 나오지만, KB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인수에 성공하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황 회장이 주장하는 대등합병 논의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탄 마련 박차= 외환은행 인수 자금은 충분하다는 게 KB금융지주의 판단이다. 20%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각하면 4조원 가량을 조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ING그룹, 싱가포르투자청, 일본 및 중동계 자본 등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황 회장 역시 "자사주 연내 처리가 우선"이라며 실탄 마련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예고했다.



ING생명 지분 14.9%를 ING그룹에 전량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주당 50만원 산정시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 6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또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인 BII 지분 14%를 조만간 처분해 3750억원도확보할 예정이다. 최근 두달 사이 총 1조원의 후순위채도 발행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유동성은 국내 시중은행 어디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어 외환은행 인수와 추가 M&A를 위한 실탄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정부가 은행 덩치 불리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게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최근 외형 성장을 위해 M&A를 추진하려는 은행들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국발 금융시장 불안으로 경제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자칫 M&A를 통한 과열 경쟁이 벌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광우 금융위원장 역시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체중이 아닌 체력에 있다"고 강조했다. 과도하게 자산 규모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의미다.



이같은 외형확대 자제 발언에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61,600원 0.00%)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M&A는 시점이 중요한 만큼 괜찮은 매물이 나오면 인수전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탓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 역시 "정부가 잇따라 은행간 M&A에 경고성 발언을 하고 있는 만큼 조심스러워진 것은 사실"이라며 "황 회장이 이같은 여건 변화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편 황 회장은 이날 출범과 함께 향후 M&A 계획 등 경영방침을 좀 더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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