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가 일부 핵심측근 외에는 전혀 눈치 채기 어려울 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때마침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이날 오후 1시께 유럽 현장경영과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순방 동행을 위해 출국한 터였다. 정 회장이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소식이 전해진 셈이다.
때론 이런 인사가 조직에 안정감을 주지 못하거나 측근들의 과도한 충성을 유발할 수 있다며 '럭비공 인사'란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정 회장은 '수시 인사'를 여전히 '전략적인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듯 보인다.
또한 그룹 원로 중 한명인 유홍종 BNG스틸 회장도 곧 고문으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계열사 경영진의 추가 인사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원로들의 퇴진'과 '세대교체'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경영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다. 정 회장은 최근 사면과 함께 활발한 경영행보를 보이면서 측근들과 함께 '신(新)·구(舊) 인사의 절묘한 조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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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그룹은 이미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 윤명중 글로비스 부회장, 이전갑 현대파워텍 부회장, 한규환 현대모비스 부회장 등 3명의 원로들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50대 사장들을 부회장으로 대거 발탁하면서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올렸다. 다만 당시엔 비자금 사태의 '여진'이 일부 남아 있는 만큼 '전면적인 인적쇄신' 보다는 '안정 속 변화'를 택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부담이 상당부분 덜어졌다. 정 회장 스스로 국내외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경영을 챙기고 있는 것은 물론 현대차 (250,500원 ▲4,500 +1.83%)와 기아차 (105,600원 ▲2,100 +2.03%)의 노사협상도 사실상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든 단계다.
그룹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유럽과 러시아 순방을 다녀온 직후 꺼내들 '카드'에 다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선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한 '더 큰 그림'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이런 관측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올 하반기 수시인사 또는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그룹 전체적으로 대규모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 회장의 '깜짝 인사'가 일부의 비판처럼 '어느 날 갑자기',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현대·기아차는 당분간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긴장감'은 지금까지도 그래왔듯 그룹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