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정몽구 회장의 '깜짝인사' 그 겉과 속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2008.09.2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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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한 국내외 경영행보 속 '원로퇴진+세대교체' 변화 모색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겁니까?." 지난 26일 오후,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부회장으로 전출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상당수 현대차 고위 관계자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인사가 일부 핵심측근 외에는 전혀 눈치 채기 어려울 만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때마침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이날 오후 1시께 유럽 현장경영과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순방 동행을 위해 출국한 터였다. 정 회장이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소식이 전해진 셈이다.



'깜짝 인사'란 별칭까지 얻은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인사스타일이 그룹 전체를 다시 긴장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경영에 어떤 문제가 생기거나 그룹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수시로 고위층 인사를 단행해 조직에 긴장과 변화를 주는 것이 바로 그의 인사 스타일이다.

때론 이런 인사가 조직에 안정감을 주지 못하거나 측근들의 과도한 충성을 유발할 수 있다며 '럭비공 인사'란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정 회장은 '수시 인사'를 여전히 '전략적인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듯 보인다.



경영진 개편 문제가 단순히 '김동진 부회장의 이동'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김 부회장이 현대모비스로 이동한 당일, 정 회장의 오랜 측근인 박정인 HMC투자증권 회장이 고문으로 전격 물러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박 회장의 후임으로는 경영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이정대 현대차 부회장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그룹 원로 중 한명인 유홍종 BNG스틸 회장도 곧 고문으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계열사 경영진의 추가 인사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원로들의 퇴진'과 '세대교체'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경영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다. 정 회장은 최근 사면과 함께 활발한 경영행보를 보이면서 측근들과 함께 '신(新)·구(舊) 인사의 절묘한 조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이미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 윤명중 글로비스 부회장, 이전갑 현대파워텍 부회장, 한규환 현대모비스 부회장 등 3명의 원로들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50대 사장들을 부회장으로 대거 발탁하면서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올렸다. 다만 당시엔 비자금 사태의 '여진'이 일부 남아 있는 만큼 '전면적인 인적쇄신' 보다는 '안정 속 변화'를 택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부담이 상당부분 덜어졌다. 정 회장 스스로 국내외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경영을 챙기고 있는 것은 물론 현대차 (250,500원 ▲4,500 +1.83%)기아차 (105,600원 ▲2,100 +2.03%)의 노사협상도 사실상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든 단계다.



그룹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유럽과 러시아 순방을 다녀온 직후 꺼내들 '카드'에 다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선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한 '더 큰 그림'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이런 관측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올 하반기 수시인사 또는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그룹 전체적으로 대규모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 회장의 '깜짝 인사'가 일부의 비판처럼 '어느 날 갑자기',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현대·기아차는 당분간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긴장감'은 지금까지도 그래왔듯 그룹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차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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