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26일(11:1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태산LCD를 부도로 내몬 피봇(PIVOT) 옵션은 키코(KIKO)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통화옵션 상품이다. 환율 변동에 따라 기업의 손실이 무한정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피봇 계약을 한 기업체는 환율이 아주 좁은 범위에서 움직일 때는 옵션 포지션에서 이익을 얻게 되지만 범위를 넘어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손실이 급격히 커진다.
키코와 피봇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키코 옵션은 1개의 풋옵션 매입과 2개의 콜옵션 매도에 넉인(Knock in)과 넉아웃(Knock Out) 베리어가 포함된 구조이다.
[윈도우 KIKO옵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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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환율)===KO환율(A)====행사가격(B)======KI환율(C)====Q(환율)==)
(약정범위 상단 1010원(C환율), 하단 860원(A환율), 행사가격 960(B환율))
예를 들어 환율이 A와 B 구간에 존재하면 기업체는 B가격으로 팔수 있지만 C이상으로 환율이 오르면 거래 금액의 2배를 시장환율에 사서 C가격에 금융회사(은행)에 팔아야 한다. 기업체는 '시장환율-C가격'만큼의 손실이 발생한다.
넉아웃은 환율이 정해진 수준에 도달해 옵션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경우로 키코는 환율이 하락해 정해진 범위를 터치할 때이다. 환율이 Z로 하락해 넉아웃 되면 옵션 계약이 무효가 되고 기업체는 달러를 시장 환율에 내다팔아야 한다. 기업의 손실은 환워험에 노출되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대신 환율이 정해진 범위에 머무를 경우 기업체는 시장 환율보다 높은 가격에 달러를 팔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피봇 역시 넉인과 넉아웃을 가진 키코(KIKO)를 기본 골격으로 하며 스트래들과 스트랭글, 어쿠루얼 옵션 등을 엮은 통화옵션 상품이다. 그러나 피봇은 넉인은 있지만 넉아웃이 없는 것으로 보는 더 타당하다. 환율이 약정범위를 위든 아래든 이탈했을 경우 키코에서 넉인이 되는 것처럼 계약금액의 두배의 달러를 비싼 값에 사서 금융회사에 팔아야 한다.
결국 환율이 약정 범위를 벗어날 경우 기업체는 약정범위 상단가격과 환율 차에 계약금액의 2배를 곱한 것(환율이 올랐을 경우)과 약정범위 하단 가격에서 환율차에 계약금액 2배를 곱한 것(환율이 내렸을 경우) 금액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기업은 좁은 범위, 태산 LCD의 경우 980~1030원 사이의 좁은 범위에서만 조그만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반면 그 이상이나 이하에서는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되는 형태였다. 환헤지를 위해 피봇옵션을 구매했다는 데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 피봇, 달러 저가 매입 옵션이 있는 이유
피봇에는 기업체가 달러를 살 수 있는 권리(Option)가 있다. 키코는 기업체가 풋옵션만 갖지만 피봇은 약정범위에 따라 시장 환율보다 낮은 가격에 달러를 살 수도 있고, 시장 환율보다 높은 가격에 달러를 팔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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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봇의 구조를 보면 중심환율(피봇축)을 기준으로 환율이 약정범위에 있을 경우 계약금액을 하단부 환율로 매입할 수 있다. 달러 매입 권리는 키코 계약 이후 환율 급등으로 손실을 입은 기업체에 눈에 띄는 상품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를 통해 달러당 10~20원 가량의 손실을 만회하려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매출액의 97%가 수출인 태산 LCD가 달러 매입 옵션을 선택한 데는 키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반면 환율이 오를 경우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는 약정범위 상단의 환율로 팔아 환이익을 노렸다. 다시 말해 시장 환율보다 낮은 환율로 달러를 사서 은행에게 주고, 수출대금은 높은 환율로 팔아 이익을 더 보려 했던 것이다.
파생상품 전문가들은 "금융회사들도 피봇과 같은 투자를 하지는 않는다"며 "상품을 판매한 은행, 투자한 기업 모두 정상적인 판단이 결여됐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은행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이후 환율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를 기업체에 내비췄다면 '도덕적 해이'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