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선 부실증권사 지원 금융사 공자금 수혈
최근 미국이 겪는 금융위기가 약 10년 전 일본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 경영파탄에 이른 투자은행(IB)을 인수한 곳까지 부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담겨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가 90년대 후반 일본에서 나타난 금융회사 파산사태와 비슷한 측면이 있는데 주목하고 있다. 위기 발생의 원인부터 현재 진행상황까지 유사점은 많다.
그 결과 중앙은행(BOJ)의 기준금리가 85년 5.0%에서 87년 2월까지 5차례에 걸쳐 2.5%로 인하됐다. 미국도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거품 붕괴로 경기가 침체되자 정책금리를 2000년 5월 6.5%에서 2003년 6월 1%까지 낮췄다.
이후 두 국가 모두 급격한 금융긴축으로 돌아서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금융위기로 인해 손꼽히는 금융회사들이 맥없이 무너졌다. 세계 4위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은 당시 일본에선 업계 4위의 야마이치증권의 도산을 떠올리게 한다.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의 위기는 일본 치요다생명 등 6개 생명보험사가 부실채권 증가로 파탄을 맞았던 것과 비슷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메릴린치를 전격 인수한 것 역시 90년말 일본의 23개 은행이 2001년 10개 금융그룹으로 재편된 것과 비교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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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일본 중앙은행이 부실금융기관에 특별융자를 실시하고 금융기관이 보유한 주식 및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매입해 유동성을 지원한 것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패니매, 프레디맥 등 국책 모기지업체와 베어스턴스 인수를 위한 구제금융 등 파격적인 정책을 펼친 것도 닮았다.
관심은 미국 금융위기의 종착역이다. 일각에서는 FRB가 최근 금리를 동결하지 않은 데 대해 추가 인하를 위한 '버퍼'를 남겨둔 것이라고 해석한다. 금리인하 등 후속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부실 IB를 인수한 금융회사(JP모간·BOA)들의 건전성 유지도 관건이다. 과거 일본에서는 부실에 처한 금융사 지원에 나섰던 은행들이 공적자금 수혈을 받곤 했다. 부실이 더 큰 부실을 낳은 것이다.
더구나 과거 위기가 주식이나 채권 등 현물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레버리지가 걸린 복잡하고 난해한 금융상품이 중심에 있다. 그만큼 파급속도와 영향력도 엄청나 결과를 예측하기가 아직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