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엘시디, 손실만회 노린 '물타기'가 치명타"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2008.09.2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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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재앙 해법없나]키코 손실 만회 위해 14.4억 피봇 가입

 수천억원대 통화옵션 파생상품 손실로 회생개시 신청이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은 태산엘시디 사태는 회사 경영진에게 결정적 패착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태산엘시디 (0원 %)의 경우 올해 1분기만해도 `키코'(통화선물 파생상품-KIKO: Knock-In Knock-Out) 환손실은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었지만 뒤늦게 가입한 또다른 파생상품 피봇(Pivot)이 치명타가 됐다.



 주식투자에서 손실 만회를 위해 매입단가를 낮춰 추가로 주식을 사다가 더 물리게 되는 이른바 `물타기'가 태산엘시디의 파국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피봇에 가입했을까. 태산엘시디의 연도별 분기 보고서와 상반기 보고서를 따라가 보면 작은 실마리를 포착할 수 있다.

◇파생상품 손실은 파생상품으로 만회한다=태산엘시디의 올 1분기 보고서에 나타난 키코 가입금액은 총 4억7500만달러였다. 키코 관련 거래손실은 45억원, 평가손실은 85억원이었다. 이같은 키코 손실은 태산엘시디의 1분기 실적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도 영업외 손실이 불거지면서 106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나온 것이다.



 당황한 경영진은 파생상품 손실을 파생상품으로 만회하기로 한다. 올 상반기 보고서를 보면 지난 4월 태산엘시디는 하나은행과 무려 14억4000만달러의 피봇상품 계약을 새롭게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3년6개월로, 1년간 계약금액만도 4억달러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태산엘시디가 올해 1분기 키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다급해졌고 속칭 `물타기'에 나섰을 수 있다"며 "2분기에 키코와 비슷한 구조의 파생상품인 피봇에 14억4000만달러를 가입한 게 이를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환율은 이미 태산엘시디 편이 아니었다. 태산엘시디가 피봇에 가입한 4월에 1000원 미만이던 원/달러 환율은 5월 이후 1000원을 훌쩍 넘어섰다.


◇실패로 끝난 물타기=거액의 물타기 마저 실패로 끝나면서 태산엘시디의 파생상품 거래손실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았다. 태산엘시디의 올 상반기 파생상품 거래손실은 271억원, 평가손실은 536억원로 급증했다. 거래손실만 놓고 봐도 1분기 45억원에서 2분기 226억원으로 2분기 손실액이 전분기대비 5배나 늘었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수출 비중이 높은 코스닥업체의 경우 환 헤지 목적이라면 수출금액의 40∼50% 정도를 키코 계약금액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태산엘시디가 3억7400만달러의 키코와 별도로 피봇에 14억4000만달러를 가입한 것은 환 헤지를 넘어선 수준이다"고 말했다.



그는 "키코 계약기간이 1∼3년, 피봇 계약기간이 3년6개월인 것을 감안해 총 계약금액을 연도별로 나누더라도 연 매출액 6억달러인 태산엘시디가 가입하기에는 계약금액이 지나치게 많다"고 덧붙였다.

태산엘시디는 지난해 상반기보고서 상으로 파생상품 계약금액이 총 5억달러에 그쳐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태산엘시디의 외환손실을 더욱 부풀린 피봇은 키코와 마찬가지로 공격성이 강한 상품으로 알려졌다. 태산엘시디가 가입한 피봇은 중심환율이 1005원으로 만약 원/달러 환율이 상단환율인 1030원을 넘을 경우 무조건 1030원에 계약금액의 2배를 파는 구조다. 만약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이라면 태산엘시디는 1달러당 70원의 손해를 보며 14억4000만달러어치의 달러를 매도해야 한다. 환율 흐름에 따라 피봇 손실도 키코처럼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어 치명적이다.



결국 태산엘시디는 올해 1분기까지는 예년과 다름없는 환 헷지 규모를 유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환 손실이 불거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피봇 등에 거액을 가입한 게 감당하지 못할 손실을 부르며 흑자 부도로 이어졌다.

한편 태산엘시디 측은 이에 대해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외에는 관련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외부 언론에 코멘트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본지는 수십차례 CFO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통화 연결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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