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행 '글로벌 금융사 사냥' 3가지 동력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09.2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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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유동성·인수의지·시점에 대한 확신…금융위기 최대수혜자 부상

일본 금융사들의 공격적인 해외 금융사 투자가 눈길을 끌고 있다. 미쓰비시UFJ그룹(MUFG)의 모간스탠리 지분 인수, 노무라홀딩스의 리먼브러더스 아시아, 유럽 법인 인수 등 일본이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계속되고 있는 글로벌 금융 위기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금융권의 글로벌 금융사 사냥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미쓰비UFJ와 노무라뿐 아니라 미즈호파이낸셜그룹, 스미토모미쓰이파이낸셜그룹(SMFG) 등이 이미 수개월 전부터 미국, 유럽의 수개 금융사와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일본 금융사들은 업계 선발 주자인 해외 대표 금융사 인수를 통해 단숨에 시장 지위를 끌어올리는 한편 우수한 인력과 풍부한 경험을 흡수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일본 금융사들의 공격적 투자 행보 뒤에는 적어도 지금이라면 미국, 유럽 금융사를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존재한다.



◇ 강점1. 풍부한 유동성

자산 기준 일본 최대 은행 MUFG는 22일 모간스탠리 지분 최대 20%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MUFG는 장부 가격 기준으로 모간스탠리의 보통주 10~20%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MUFG의 투자 규모는 최대 9000억엔(84억달러)에 달한다.


MUFG는 이 같은 투자금을 별도의 외부 자금 조달없이 지불할 것으로 보인다. MUFG는 일본에서 가장 유동성이 풍부한 은행 3곳 중 하나.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현재 MUFG와 미즈호, SMFG 등이 모두 1000억엔 이상(2007 회계연도 기준)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 후폭풍은 미국, 유럽 은행과 달리 일본 은행에겐 치명타를 날리지 못했다.



이 같은 유동성 수준은 전세계적인 경기 둔화 추세 속에서도 일본 은행들이 해외 투자를 선뜻 결심할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 강점2. 강력한 의지

자산 기준 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는 파산 보호를 신청한 미 투자은행(IB) 리먼의 아시아·태평양 법인을 2억2500만달러에 사들인 데 이어 23일 유럽·중동 법인의 투자은행, 주식 영업 사업부도 인수했다. 아시아 법인 인수 하루만의 일이다.



이로써 노무라는 미국 법인을 제외한 리먼의 나머지 사업망을 싹쓸이하는 개가를 올렸다.

리먼 법인 인수는 세계 시장에서의 노무라의 지위를 한 계단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파산 이전 리먼의 전세계 IB 시장 점유율은 4%로 업계 9위 수준이었다. 반면 노무라는 시장 점유율은 0.7%로 업계 25위에 불과했다.

니혼게이자인신문 인터넷판은 24일 분석 기사를 통해 노무라의 리먼 법인 인수를 강력한 의지의 결과물로 평가했다.



아시아 법인 인수전 초반 노무라는 경쟁 상대에 비해 한발 뒤쳐져 있었다. 당시 선두 주자는 영국의 바클레이였다. 바클레이는 이미 리먼 북미 투자은행 사업을 17억5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상태.

노무라가 2억2500만달러로 알려진 최고가를 제시했지만 바클레이에 스탠다드차타드 (SC)까지 가세한 인수 경쟁은 막판까지 치열하게 전개됐다.

이에 이번 인수전을 진두지휘한 시바타 타쿠미 노무라 부사장은 인수 이후 리먼 직원들에 대한 전원 승계 계획을 외부에 흘렸고 이것이 인수전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 법인 인수자 선정과 함께 시바타 부사장은 리먼 유럽·중동 법인 인수전 참전을 위해 리먼 유럽 본사가 있는 런던으로 떠났다. 22일 오전 시바타 부사장은 런던에 도착했고 와타나베 겐이치 노무라 사장은 23일 밤 지난 24시간 동안의 승리에 대한 축배를 올렸다.

◇ 강점3. 시점에 대한 확신

MUFG의 한 고위 임원은 모간스탠리 지분 인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미국 시장의 최악 탈출이 임박했다"고 답했다.



MUFG는 적어도 모간스탠리와 같은 미 대형 금융사의 대출, 증권 사업은 여전히 튼튼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사업 건전성과 주가는 별개의 것이라는 판단이다.

전제만 확실하다면 주가가 바닥으로 떨어진 지금이 투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다. MUFG는 해외 투자에 머뭇거리던 과거와 달리 모간스탠리 지분 매입을 전격 결정했고 이는 향후 여타 일본 은행들의 해외 금융사 지분 인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MUFG와 미즈호, SMFG는 상당수 북미, 유럽 금융사와 지분 투자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이중 수개는 합의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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