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내집처럼"실수요자 열광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2008.09.2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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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공사의 재탄생-<중>]새로운 주거문화 '시프트'

'평균 청약경쟁률 12.3대 1, 최고 경쟁률 88대 1'. 부동산 시장 열기가 뜨거웠던 3∼4년전 얘기가 아니다. 지난달 SH공사가 공급한 6차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의 청약 결과다. 은평뉴타운 2지구 1단지 등 시프트 407가구가 공급됐는데 무려 5009명이 청약했다. 아파트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미분양 몸살을 앓고 있는 일반 분양시장과는 완전 딴판인 셈이다.

SH공사가 공급하는 20년 장기전세주택 '시프트'의 인기가 뜨겁다.



시프트는 지난해 장지·발산지구에 첫 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평균 9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6차례 총 2762가구가 공급됐는데 전 물량이 1순위 청약 마감행진을 했다.

워낙 경쟁률이 높아 매번 청약을 하고도 당첨자 명단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SH공사가 운영중인 시프트 홈페이지를 방문해 향후 공급 정보를 수집하는 청약 대기자들도 많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장기전세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물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시프트가 들어서는 지역은 대부분 서울 도심 등 인기 주거지역이어서 청약 열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은 '시프트' 열풍=지난해 5월 공급된 시프트 1호인 송파구 장지 10·11단지와 강서구 발산 2단지는 시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청약 첫 날 수만명이 한꺼번에 접속하면서 SH공사 홈페이지가 다운됐을 정도다. SH공사는 이날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2차로 공급된 강서구 발산 3단지와 양천구 신월동 동도센트리움(재건축) 시프트도 인기를 끌었다. 총 288가구 모집에 2100여명이 신청서를 냈다. 3차 시프트 482가구에는 3100여명이 청약에 참여했다.


은평뉴타운 1지구와 장지 4단지 등이 공급된 4차 시프트에도 4200여명이 몰렸다. 단지별로 시프트 5∼16가구가 배정된 재건축아파트는 14∼37대 1의 청약경쟁률 기록했다. 5차로 공급된 송파구 장지 6·8단지 시프트 339가구에는 5200여명이 청약, 평균 경쟁률이 15.5대 1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선을 보인 6차 시프트도 인기를 이어갔다. 특히 양천구 신월동 수명산 롯데캐슬(재건축) 84㎡는 3가구 모집에 266명이 몰려 시프트 공급 이후 가장 높은 88.6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시프트' 인기 이유는=시프트가 인기를 끄는 것은 주변 시세보다 싼 전세주택에서 최장 20년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외곽이 아닌 은평뉴타운, 송파구 장지지구, 강서구 발산지구 등 인기 주거지역에 시프트를 공급한 것도 실수요자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주거문화도 시프트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기존 국민임대주택보다 면적을 넓힌데다 마감재 수준을 높인 것도 수요자들이 몰리는 이유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분양아파트=시세차익'이라는 공식이 깨지면서 내집 마련을 미루고 임대주택에 살면서 시장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도 시프트 청약 열기를 더하고 있다.



세입자 입장에선 집주인과의 마찰 등으로 2년 마다 집을 옮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 부담이 덜하다. SH공사와 계약하는 것이니 전세금 반환 걱정도 없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시프트는 재계약 때 전세 보증금 상승폭이 연 5% 수준으로 제한돼 안정적인 주거가 가능하다"며 "시프트 입주를 위해 사용했던 청약통장을 다른 분양주택에 청약할 때 다시 쓸 수 있는 것도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연내 2600여가구 추가 공급=SH공사는 올 연말까지 시프트 총 2654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SH공사가 직접 분양하는 일반 시프트가 2곳 1776가구, 재건축아파트 시프트가 16곳 878가구로 집계됐다.



강동구 강일지구에서는 다음달 전용 59㎡ 909가구, 전용 84㎡ 328가구, 전용 84㎡ 초과 470가구 등 시프트 총 1707가구가 공급된다. 성동구 왕십리뉴타운에서도 다음달 주상복합아파트 시프트 69가구가 나온다. 이 중 37가구는 전용 84㎡ 초과 중대형 물량이다.

오는 12월 공급되는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2∼3단지 재건축 시프트도 눈길을 끈다. 반포주공 2단지에서는 전용 59㎡ 시프트 266가구, 3단지에서는 전용 59~84㎡ 시프트 413가구가 나온다.

성동구 송정동 장미세림연립, 강서구 방화동 건우3차, 성북구 정릉1동 제일주택, 마포구 성산동 유원성산 등 재건축 단지에도 각각 12∼36가구의 시프트가 공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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