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은 21일 삼성증권의 고위 임직원들이 지난 주말 홍콩을 방문해 리먼의 아시아 법인 투자에 관해 협상을 벌였다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스탠다드차타드, 바클레이, 노무라와 더불어 중국의 CITIC 그룹과 삼성이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증권이 리먼 아시아법인 인수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인력과 노하우 등 보유자산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로스차일드가 주간사로 참여해 매각을 추진중인 리먼의 아시아 자산에는 중국, 일본, 인도, 호주의 각종 다양한 사업들이 망라돼있다. 일본 법인의 경우 3000여명의 인력을 보유한 선두 증권사로 채권, M&A 자문 등에서 영업력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등에 진출해 글로벌 금융사로 성장을 모색중인 삼성증권은 리먼의 아시아법인 인수를 절호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리먼의 자산은 주요 전략거점에서 단번에 뿌리내릴 수 있는 '알짜배기' 인수 대상인 셈이다.
◇인수가능성 아직 낮아…'이름값 높이기' 효과 기대
그러나 삼성증권의 리먼브러더스 인수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아 보인다. 22일 당사자인 삼성증권이 인수가능성을 부인하기도 했지만 바클레이, 스탠다드차타드 등 경쟁상대들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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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를 틈 타 공격적인 확장을 하고있는 영국 바클레이는 리먼의 북미 사업부와 부동산을 17억5000만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유럽과 아시아 자산인수를 위해 노무라와 경쟁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투자은행(IB) 인수에 전혀 관심이 없어보였던 스탠다드차타드도 리먼의 아시아 법인을 탐내 업계를 놀라게하고 있다.
바클레이는 주식 분야에서 현지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스탠다드차타드는 채권영업 강화를 위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다. 이미 국내에서 최고로 자리매김한 노무라는 리먼 아시아법인을 인수할 경우 하룻밤에 IB업계 지형도를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마다 노림수는 다르지만 경쟁자들의 인수의지는 삼성증권에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인력이 핵심인 금융회사 인수에 있어서 국제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은 삼성증권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리먼의 유력한 인수주체로 떠올라 뉴욕 증시마저 좌우하면서 유명세를 탄 것처럼, 삼성증권도 글로벌 금융 M&A에 뛰어들어 '이름값 높이기' 효과는 기대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