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기아차 노조, 모럴헤저드 극치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08.09.11 20:20
글자크기

현대차 노조 이어 잠정합의안 부결

기아자동차 (105,600원 ▲2,100 +2.03%) 노조가 현대차 노조 못지않은 모럴헤저드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11일 노사가 합의한 임금 및 단체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결과 임금과 단협에서 각각 투표인원대비 44%, 42% 찬성으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이날 투표에는 3만120명 조합원 가운데 2만9137명이 참석해 투표율 96.7%를 보였다.



현대차에 이어 기아차 노조까지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켜 양사 노사협상이 추석 이후를 기약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기아차 노조가 임단협 찬반투표를 부결시키기는 2000년 이후 2001년과 2004년, 지난해에 이어 네 번째다.

2년 연속 적자기업 노조의 비상식적인 요구로 비난을 받은 기아차 노조는 현대차 노조의 합의안 따라잡기도 모자라 찬반투표에서마저 현대차 노조의 뒤를 이었다. 이는 현대차 노사합의안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는 합의안을 기아차 노조가 받아들이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노조는 이번 합의안을 일단 부결시킨 후 현대차 노사의 재협상 합의 내용과 찬반 투표 가결 여부를 지켜본 후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적자 기업 노조지만 자존심 하나만큼은 흑자 기업 노조에 밀릴 수 없다는 결과로도 해석된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10일 △기본급 8만5000원 인상(5.6%, 호봉승급분 포함) △생계비 부족분 300%·격려금, 300만원 지급 △상여금 지급률 50% 인상(700→750%) △정년 1년 연장(58→59세) △주간연속2교대제 내년 9월 시행 등에 합의했다.

이는 현대차 노사가 지난해 합의안 일부 내용과 올해 부결됐던 잠정합의안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2년 연속 적자 기업의 현실을 무시한 '퍼주기식 타결'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기아차 노조에 대한 비난 수위가 더욱 고조되는 이유는 흑자기업인 GM대우 노조에 비해 더 나은 조건에 임단협에 잠정합의 했음에도 찬반 투표 결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계 전체 입장에서 봐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이기주의이며 기업논리에서 역시 적자기업 노조의 생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기업이 더 이상 무엇을 양보하란 말인가"라며 "추석 이후 어떤 내용으로 재협상을 벌여야 할 지 막막할 뿐"이라고 말했다.


기아 차트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