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 위해 '녹색돈'이 흐르게 하라

황국상 기자 2008.09.1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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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강국 초대석]이보 더 부어 UN FCCC 총장 단독인터뷰

녹색성장 위해 '녹색돈'이 흐르게 하라


2007년 12월15일 인도네시아 발리.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13차 당사국 총회 회의장. 189개국의 정부 대표들과 NGO 활동가들이 모여, 2012년에 만료되는 기후변화 대응 국제 체제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틀을 모색하고 있었다.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온실가스 최다 배출국인 미국은 "협상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버텼다.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이 더 큰 감축의무를 져야 한다"며 아우성쳤다.



심지어 일부 국가 대표단들은 협상장에서 나와 귀국 짐을 싸기 시작했다. 회의는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그때, 한 50대 남자가 울음을 터트렸다.

"우리가 교토의정서 이후의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세계는 분쟁 속으로 던져질 것입니다!"



이날, 각국 대표단들은 '발리로드맵'에 합의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전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노력에 동참하고 선진국은 2009년 말까지 청정에너지 기술의 개도국 이전 에 대해 확정짓겠다는 골자였다. 예상 못한 성과였다. 한 남자의 진심 어린 눈물 때문이었을까.

녹색성장 위해 '녹색돈'이 흐르게 하라
그 귀한 '눈물'의 주인공, UNFCCC의 수장인 이보 더 부어(Yvo De Boer) 사무총장이
환경부 초청으로 8일부터 9일까지 1박2일간 방한했다.

그는 9일 머니투데이와 단독으로 가진 인터뷰에서 "교토의정서와 전혀 다른 새로운 의정서가 만들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내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릴 UNFCCC 15차 당사국 총회에서 '교토의정서' 이후 체제 즉 '코펜하겐의정서'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그는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에 대해 "녹색기술뿐 아니라 녹색금융에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녹색성장을 달성하려면 녹색금융 또한 필수요소라는 것이다.

- 발리 회의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가?



▲협상 일주일 여 동안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피로가 극에 달했다. 게다가 자기 입장만 내세우는 선진국·개도국 대표단 사이에선 어떤 접점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감정이 북받쳐 올랐던 순간이었다.

- 그렇게 힘들었던 발리 이후 기후변화 관련 국제회의가 무수히 열리고 있다. 하지만 진척 상황은 더디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 7월 일본 토야코에서 열린 G8 정상회담 당시에도 개도국들이 2050년 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세우지 않겠다고 버텼다.



올해 말에도 폴란드 포즈난에서 UNFCCC 제14차 당사국 총회가 열리겠지만, 발리 회의 이후 각국 환경 장관들이 처음으로 모인다는 점 외엔 큰 성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 코펜하겐에 가서야 구체적 성과들이 나올 것이다.

현재 각국 정부들이 기후변화 대응노력의 시급함을 인정하고 자국 실정에 맞는 정책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지금은 협상장에서 서로의 카드를 짐작하는 선에 그치고 있지만, 발리 로드맵에 따라 협상이 진전될 것이라 기대한다.

-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의정서(Protocol)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던데.



▲(그는 처음엔 '모르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하지만 거듭 의견을 묻자 'I think so'라고 답했다.)그렇게 생각한다. 기존 교토의정서는 미국을 기후체제에 유인하지 못했다. 미국은 개도국이 온실가스 의무감축 부담을 지지 않는 한 자국이 참여하지 않겠노라고 버텨왔다. 이런 점에서 보면 교토의정서와 전혀 다른 새로운 의정서가 만들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내년 협상의 난관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인도 등 개도국들이다. 이들 국가들은 교토의정서 방식이 계속 유지되길 원한다. 교토의정서가, 온실가스 배출에 역사적으로 책임이 있는 서구 선진국들에게만 감축의무를 부과하고 개도국에는 면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도국들을 국제 기후체제에 편입시키는 게 관건이다. 이에 한국이 큰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한국이 서구 선진국들처럼 강한 감축의무를 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렇게 되면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하기 힘들어지지 않을까?

▲개도국은 빈곤퇴치에 골몰하고 선진국은 온실가스 배출의 역사적 책임이 있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만 보면 선진국이지만, 역사적 책임 면에서는 개도국인 중간입장(Middle Position)이다. 한국이 양측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위치로, 그 역할이 중요하다. 따라서 서구 선진국과 똑같은 역사적 책임을 한국에 묻는 것도 당치 않은 일(Nonsense)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경제의 향후 60년 전략으로 '녹색성장'을 언급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녹색기술뿐 아니라 녹색금융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돈의 흐름을 좌우하는 투자사, 은행 등 금융기관이 산업계가 환경친화적 경영전략을 짜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UNFCCC도 녹색경제를 구상하는 유엔 기구인 '유엔환경계획 금융구상(UNEP FI)'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UNFCCC와 UNEP FI, 세계 유수의 투자사가 공동으로 '국제 자본흐름 동향'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금융기법이 녹색성장을 달성하는 데 필수요소(Key Solution)'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또, 사회 각 부문이 녹색비전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지난 6월 한국에서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유엔환경계획 금융구상(UNEP FI),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 등 3개 기관이 공동으로 국제회의를 개최하고 정부·민간이 지속가능경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UNFCCC도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세계 기업 협의회(WBCSD)'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기업의 눈으로 기후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듣기 위해서다. 정부·기업·금융 등 전 부문을 연결하는 이 같은 움직임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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