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법, 리먼 인수의 새 복병

김익태, 서명훈 기자 2008.09.0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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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외부투자 자기자본 20% 제한

산업은행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전에는 리먼브라더스 인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산업은행법 체계에서 리먼을 인수할 경우 예외조항을 적용받아야 하는데다 법적 논란의 소지도 다분하다.

7일 금융감독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기 위해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추진 중인 산은은 자기자본의 20%를 초과해 리먼의 지분을 취득할 수 없다.



현행 산은법에 따르면 산은은 다른 법인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15% 넘게 취득할 수 없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업종의 회사를 자회사로 두기 위해 출자하는 경우 예외가 인정된다. 리먼은 금융회사여서 이 조항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때도 각 자회사에 대한 출자 총액은 산은 자기자본의 20%를 초과할 수 없다.

산은의 자기자본은 지난 6월말 현재 17조4107억원 가량이다. 예외를 인정받아 리먼에 투자해도 그 한도는 자기자본의 20%인 3조4821억원에 불과하다. 외신에 보도된 대로 리먼 지분 25%만 60억 달러(6조6600억원 상당)에 인수하는 경우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는 한 성사되기 어렵다.



물론 리먼 인수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금융위가 산은의 설립목적 수행에 필요하다고 승인해 주면 한도 제한없이 출자가 가능하다. 산은의 설립 목적은 '산업의 개발과 국민경제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중요 산업자금을 공급·관리'다.

문제는 리먼 인수가 이 목적에 부합하느냐다. 산은의 주요 업무에는 IB가 명시돼 있지 않아 논란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산은 관계자는 "리먼의 IB 브랜드·인력·네트워크에 산은의 고객기반 및 자금 결합시 기업 및 금융기관의 글로벌화와 국제금융시장 접근이 용이해질 수 있다"며 "크게 보면 리먼 인수가 산은의 설립목적에 부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은이 애초 리먼 단독 인수 의향을 보인 데는 금융위의 '전향적인' 해석을 낙관했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계 관계자는 그러나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 이후 공직사회에선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사라진 상황"이라며 금융위의 '지원'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금융위는 산은을 연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산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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