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협상' 칼자루 쥔 금융위 선택은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서명훈 기자 2008.09.0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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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사격이냐, 퇴각 명령이냐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추진중인 산업은행이 내부 복병을 만났다. 현행 '산은법'의 출자한도 조항으로 인해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 리먼 인수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칼자루를 쥔 금융위는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산은의 리먼 인수를 긍정적으로 보지만은 않고 있다.



◇"지주사 전환이 우선"=금융위는 리먼 인수에 대해 지주회사 전환이 우선이라는 반응이다. 산은의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서도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리먼 인수를 추진하면 지주사 전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산은 민영화는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사항인 데다 외국인투자자들 또한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안이다. 산은 민영화의 첫 단추인 지주사 전환이 물거품이 된다면 산은 민영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산은 민영화가 무산되면 한국 정부에 대한 외국인투자자들의 신뢰는 훼손될 수밖에 없고 외자 유치 역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행 산은법체계에서 리먼 인수를 승인하는 것도 금융위로서는 부담이다. 산은이 출자제한을 받지 않고 리먼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산은의 설립목적 수행에 필요하다'는 금융위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리먼 인수가 '산업의 개발과 국민경제의 발전을 촉진한다'는 산은 설립목적에 부합한다고 바로 결론내리기는 어렵다.



최악의 경우 제2의 외환은행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상상하기 싫지만 산은이 리먼을 인수한 이후 추가 부실이 발견돼 문제가 된다면 금융위는 비난을 한몸에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담당 직원은 매일매일 새벽에 나와 리먼 주가를 확인하는 진풍경이 연출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최소한 법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방안을 선호한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산은법 개정 과정에서 해외 금융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해놓는 것이다.

◇"머뭇거릴 여유 없다"=산은은 리먼 인수를 더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고 법적으로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투자은행(IB) 인수가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국민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한다면 현행 산은법으로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리먼의 브랜드가치와 인력의 우수성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며 "산은의 고객기반과 자금력이 결합된다면 우리나라가 단숨에 세계적 IB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세계적 IB를 하루아침에 육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국내시장에 머물지 않고 해외시장에서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덧붙였다.

금융계에선 산은의 이런 주장에 공감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의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가격이라면 충분히 모험을 걸어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리스크를 전혀 지지 않고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세계 금융시장, 특히 IB시장은 메이저가 아니고는 발붙일 수 없다. 장기적이고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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