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해외기업 사냥 본격화 하나?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8.09.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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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이전 M&A로 성장… 해외 M&A 실패 후 10여년 침묵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가 메모리카드 1위업체인 미국 샌디스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삼성그룹의 기업 인수ㆍ합병(M&A) 기조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기업 인수합병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실패 경험과 문어발식 사업확장이라는 여론에 부담을 느껴 지난 10여년간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체적인 성장 동력 육성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돼 왔다.

삼성 그룹의 성장배경에는 M&A라는 DNA가 흐르고 있다. 1958년 안국화재(현 삼성화재) 인수를 시작으로, 1963년 7월 동방생명(현 삼성생명), 동화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 10월 세한제지(현 한솔제지), 1977년 한국반도체, 1980년 한국전자통신, 1981년 한국안전시스템(에스원), 1988년 KOCA카드 인수(현 삼성카드), 1992년 11월 국제증권(현 삼성증권)을 인수하며 외형을 키워왔다.



삼성은 90년대 들어서면서 해외 M&A에 눈을 돌렸다. 1990년대 이전에는 국내 기업 의 직접 인수를 통하거나 해외기업과의 합작 등을 통해 신규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90년대부터는 해외기업 직접 인수에 나서 1992년 9월 삼성전관(현 삼성SDI)이 동독 TV 브라운관 생산업체인 WF사를 인수하는 것을 시작으로 삼성전자가 1993년 5월 미국 화합물반도체 개발업체인 HMS사, 1994년 미국 컴퓨터 생산업체인 AST, 같은해 일본 오디오 전문업체 LUX사를 각각 인수했다. 1997년에는 2000만달러를 들여 일본 3DO사의 비메모리 사업부문을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90년대 해외기업 인수는 아픈 기억만 남기고 관련 지분을 매각하거나 청산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해외 M&A가 재개된 것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비메모리 업체인 트랜스칩을 삼성전자가 인수하면서부터다. 지난해에 이어 이어 올 1월에는 삼성물산이 일본 철강업체인 묘도메탈을 인수하면서부터 다시 M&A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기가 중국계 PCB 업체 인수 움직임을 보이거나, 삼성전자가 일본 쪽 비메모리 업체나 미국계 반도체 업체 인수에 눈길을 보내면서 1990년대 해외기업 사냥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M&A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싼 가격에 필요한 좋은 기업이 있으면 인수하겠지만 이번 움직임으로 삼성이 본격적인 기업사냥에 나선다는 시각은 좀 앞서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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