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電 '쇄국정책' 포기 '반색하는 시장'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김유경 기자 2008.09.0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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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스크 인수 추진… 'M&A 통한 글로벌 성장' 전략 긍정평가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본격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시장 반응이 뜨겁다.

삼성전자 주가는 5일 오전 한때 50만2000원까지 내려갔으나 인수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1시 26분 현재 전일 대비 1만9000원(3.70%) 오른 53만3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그동안의 '쇄국정책'을 깨고 M&A에 본격 나섬에 따라 새로운 성장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며 "향후 주가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긍정 평가하고 있다 .

◇시장이 반기는 이유=삼성전자의 M&A 본격화는 자사주 매입 전략을 포기하는 것과 맞물려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동안 무려 11조5000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쏟아 부었다.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이익 중 일부를 주가부양에 사용한다는 취지였지만, "주가상승 효과도 없이 공연히 대규모 실탄만 낭비하고 있다"는 시장 비판을 받아왔다.



대표적인 경영전략 중 하나였던 자사주 매입전략 포기는 향후 경영진 및 전략 설정에 대대적인 변화의 신호탄이란 해석을 낳았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세계 1위 플래시메모리카드 제조업체 샌디스크 인수를 추진한다는 것이 알려지며 시장 예측과 맞아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로써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새로운 M&A 세력으로 거듭나려는 의지를 확실히 천명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무엇보다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삼성전자의 전략적인 변화"라며 "이번 인수 추진은 경영 유연성이 높아졌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특히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고 그 비용으로 32억달러 규모의 샌디스크 인수를 추진한 점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평가 및 전망=송명섭 CJ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샌디스크 경영권까지 확보한다면 폭발적으로 반응할만한 재료"라며 "인수에 성공하면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50%까지 올라갈 수 있어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샌디스크는 삼성전자의 고객사 중 하나로 인수 후 안정적인 판매가 가능해지고, 차세대 기술개발도 용이해질 것으로 봤다.



이선태 애널리스트는 "인수 가능성을 좌우하는 것은 삼성전자의 의지"라며 "피델리티가 13.5%의 지분을 갖고 있고 나머지는 펀드들이 투자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인수 가격을 높여 자금을 투입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인수 후 삼성전자는 마켓 플레이어로 거듭날 수 있어 수요창출에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2000년대초 샌디스크 인수를 검토했었다"며 "최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실적 악화 등으로 샌디스크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2006년 1월 73달러→2008년 9월 4일 13.46달러)로, 인수 비용에 따른 효과가 매력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이 60%에 육박하게 된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증시에 미칠 영향=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샌디스크 인수에 성공한 뒤 지속적인 M&A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의 '나홀로 성장'에서 'M&A를 통한 글로벌 성장'으로 전략을 바꿈에 따라 M&A를 잇따라 추진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가전제품 등 '황금 포트폴리오'를 통해 다른 반도체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경영구조를 자랑하고 있다. 게다가 현금 보유액만 6조원이 넘는 등 세계 다른 반도체업체에 비해 M&A 시장에서 '압도적인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M&A 시장에 본격 뛰어들어 맹활약을 펼칠 경우 증시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M&A 승부수를 통해 다시금 한국증시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상승 주춧돌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는 이유다.

삼성전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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