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는 5일 오전 한때 50만2000원까지 내려갔으나 인수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1시 26분 현재 전일 대비 1만9000원(3.70%) 오른 53만3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이 반기는 이유=삼성전자의 M&A 본격화는 자사주 매입 전략을 포기하는 것과 맞물려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동안 무려 11조5000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쏟아 부었다.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이익 중 일부를 주가부양에 사용한다는 취지였지만, "주가상승 효과도 없이 공연히 대규모 실탄만 낭비하고 있다"는 시장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세계 1위 플래시메모리카드 제조업체 샌디스크 인수를 추진한다는 것이 알려지며 시장 예측과 맞아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로써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새로운 M&A 세력으로 거듭나려는 의지를 확실히 천명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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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태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무엇보다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삼성전자의 전략적인 변화"라며 "이번 인수 추진은 경영 유연성이 높아졌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특히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고 그 비용으로 32억달러 규모의 샌디스크 인수를 추진한 점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평가 및 전망=송명섭 CJ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샌디스크 경영권까지 확보한다면 폭발적으로 반응할만한 재료"라며 "인수에 성공하면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50%까지 올라갈 수 있어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샌디스크는 삼성전자의 고객사 중 하나로 인수 후 안정적인 판매가 가능해지고, 차세대 기술개발도 용이해질 것으로 봤다.
이선태 애널리스트는 "인수 가능성을 좌우하는 것은 삼성전자의 의지"라며 "피델리티가 13.5%의 지분을 갖고 있고 나머지는 펀드들이 투자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인수 가격을 높여 자금을 투입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인수 후 삼성전자는 마켓 플레이어로 거듭날 수 있어 수요창출에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2000년대초 샌디스크 인수를 검토했었다"며 "최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실적 악화 등으로 샌디스크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2006년 1월 73달러→2008년 9월 4일 13.46달러)로, 인수 비용에 따른 효과가 매력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이 60%에 육박하게 된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증시에 미칠 영향=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샌디스크 인수에 성공한 뒤 지속적인 M&A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의 '나홀로 성장'에서 'M&A를 통한 글로벌 성장'으로 전략을 바꿈에 따라 M&A를 잇따라 추진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가전제품 등 '황금 포트폴리오'를 통해 다른 반도체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경영구조를 자랑하고 있다. 게다가 현금 보유액만 6조원이 넘는 등 세계 다른 반도체업체에 비해 M&A 시장에서 '압도적인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M&A 시장에 본격 뛰어들어 맹활약을 펼칠 경우 증시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M&A 승부수를 통해 다시금 한국증시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상승 주춧돌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