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세력이 답답한 이유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9.0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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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의 여의도 편지]

편집자주 별명이 '제비'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릅니다. 친구들이 그렇게 불렀습니다. 이유도 명확치 않습니다. 이름 영문 이니셜 (JB) 발음에 다소 날카로운 이미지가 겹치며 탄생한 것 같다는 추측만 있을 뿐입니다. 이젠 이름보다 더 친숙합니다. 동여의도가 금융의 중심지라면 서여의도는 정치와 권력의 본산입니다. '제비처럼' 날렵하게 서여의도를 휘저어 재밌는 얘기가 담긴 '박씨'를 물어다 드리겠습니다.

 # 촛불이 온 나라를 뒤덮었을 즈음, 집권 여당의 한 최고위원이 "깨끗한 패배"라고 했다. 그가 인정한 승자는 '좌파 잔존 세력'이었다.

 그는 촛불시위를 이렇게 해석했다. "집권기간 내내 좌파 잔존 세력과 몇 차례 싸움을 펼칠 것이다. 촛불과 같은 큰 싸움만 열 번 정도 있을텐데…. 모두 다 이길 수는 없는 거다. 6 대 4나 7 대 3 정도만 돼도 전체적으로 우리의 승리다. 이번엔 여권이 정비되지 못해 당했지만 앞으론 다르다."



 친MB(이명박 대통령)계 의원도 어영부영하다 당했다는 논리를 폈다. 소통 부재 등 여러 이유를 부정하진 않았지만 여권 내부만 정비되면 '역공'을 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 시간이 흘러 여권 인사들이 말했던 '앞으로'는 '현재'가 됐다. 그 사이 여권은 흩어졌던 전열을 정비했다. 여권의 '색깔'을 내세우고 있다. 촛불 패배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이슈를 빼앗기지 말고 주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논란이 일더라도 물러서지 않았다. '공기업 민영화'는 명분으로 승부를 걸었다. KBS 문제도 '방송 장악'이란 비판에 '방송 정상화'로 맞서며 싸움을 주도했다. 감세도 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밀어 붙였다.

 지난 8월말 정기국회를 앞두고 내놓은 예고편은 의미심장했다. "이번 정기국회를 10년 좌파정권의 좌편향적적 정책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겠다.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제약하는 반기업적 규정을 철폐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 촛불 패배의 후유증은 사라진 듯 보인다. MB와 여권의 진면목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전통적 보수층을 집결시키는 노력도 힘을 받고 있다. 정국 주도권도 되찾은 듯 보인다.


 존재감이 강하지 않은 민주당 등 야당의 현실을 감안할 때 여권의 국정 주도력은 독주 그 자체다. 하지만 한편으론 여권의 한계는 몇 달 전 그대로다. MB의 담론이, 여권의 화두가 지속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여권은 '공기업 민영화' '감세' '방송 정상화' 등을 주제로 싸우고 싶었지만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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