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해한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오해해도 크게 오해한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하면 "속았다"는 얘기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MB와 만나고 난 뒤 심대평 선진당 대표의 총리 기용설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확산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물론 누구 말이 옳은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만났던 사람마다 다른 말을 하니 MB가 더 억울할 수도 있다.
# 실제로 MB를 만나 왔고 만나고 있는 측근들이 전하는 MB는 다르다. 이들이 말하는 MB는 마치 모범 답안지를 외운 듯 거의 비슷하다. 추진력이 강하다. 카리스마에 집중력이 탁월하다. 엄청난 경험과 다양한 정보가 뒷받침되며 능력이 배가된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관심사가 다양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인지 많은 일을 직접 챙긴다. 이는 단점으로 연결된다.
대통령이 너무 세세한 것까지 챙긴다는 비판에 측근들도 수긍한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그룹 회장처럼 일하셔야지 계열사 사장처럼 일하시면 안 된다는 말씀을 여러 번 드렸다"고 했다.
측근들은 MB에 대한 '오해'도 있다고 전한다. 이른바 '독불장군' 이미지는 오해라고 한다. 한 의원은 "MB는 잘못된 것이 확인되면 곧바로 수정을 한다"고 말했다. "오후 1시에 발표 예정인 사안이 오후 12시50분에 잘못인 것으로 확인되면 바꾼다"는 말도 있다. MB는 유연하다는 말이다.
# MB에 대한 두 가지 이미지가 공존한다. 경쟁자와 측근이란 지위차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대립'하는 쪽과 '보좌'하는 쪽이 같은 면을 볼 수는 없다.
MB가 '수직적 관계'에 더 익숙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MB의 경험 대부분이 대기업에 있다는 게 근거다.
지시를 내리고 지시를 받는 조직문화의 '소통'에 길들여져 '수직적 소통'을 더 쉽고 편하게 느낄 수 있다. '최고경영자(CEO)다움'도 같은 맥락이다.
반대로 MB는 '수평적 대화' 문화에는 익숙치 않은 것 같다. 박 전 대표가 "속았다"는 것도, 노 전 대통령이 "오해했다"는 것도 결국 수평적 대화의 고충이다.
국민과의 불통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어눌한 화법도 수직적 관계의 '지시'엔 통하지만 수평적 대화에선 오히려 오해를 낳는다.
MB를 만나는 이들마다 '오해했다'는 '징크스'가 생겨선 안 될 노릇이다. 능력있는 CEO 이미지를 되찾는 게 MB 본인은 물론 대한민국에게 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