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쌍용건설 인수 '늪'에 빠지나

더벨 현상경 기자, 전병남 기자 2008.09.0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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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공제회 빠진후 FI 구하기 쉽지않아…금융시장 패닉도 겹쳐

이 기사는 09월01일(16:3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시장의 우려를 무릅쓰고 쌍용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동국제강 (8,000원 ▲50 +0.63%)의 고민이 날로 커지고 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인수에 도움 될 요인은 커녕 안팎으로 터지는 악재들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당초 동국제강의 쌍용건설 (0원 %) 인수에 대한 우려감은 2가지로 요약됐다. 첫째는 그만한 자금여력이 있는지, 둘째는 다른 후보들이 모두 포기한 매물을 억지로 사들이면서까지 비용대비 인수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여부였다.

동국제강은 당초 경쟁자였던 군인공제회와 컨소시엄을 짜내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군인공제회가 리스크 헤지에 관심을 두면서 사실상 투자를 거의 접어버렸다. 공제회가 제공할 1500억원 안팎의 인수금융 구조에 구멍이 날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자체자금이 없지는 않다.

올 6월말 현재 동국제강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460억원.


하지만 동국제강은 내년말 완공될 충남당진 후판공장 증설에 8000억원을 써야 한다.

올해 착공될 연간 600만톤의 브라질 철광석 고로투자에도 돈이 필요하다. 게다가 현 장세주 회장의 부친인 고(故)장상태 회장이 미뤘던 28층짜리 을지로 신사옥 건축사업 마저 본격화됐다.



동국제강으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재무적 투자자 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동국제강 컨소시엄측은 겉으로는 태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군인공제회가 아니더라도 조달비용을 더 들여 규모나 조건에 맞는 파이낸싱을 다시 짜면 그만"이라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동국제강이 돈을 구하러 다닌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최근 시장상황에서 군인공제회를 대신할 재무적 투자자(FI)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군인공제회라는 이름의 무게감이 되레 고민거리"라며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해온 군인공제회가 지켜보다 결국 불참한 딜이라면 어느 기관투자자가 참여하려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매각 시기에 맞추기 위해 금융권과 급급하게 협상력을 하다보면 결국 재무적 부담감이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쌍용건설 주가도 고민거리다. 9월1일 하한가를 맞은 쌍용건설의 종가는 딱 1만원인데 동국이 제시한 가격은 주당 3만1000원이다. 시가보다 무려 3배나 높은 가격을 들여 경험도 없는 건설업종에 굳이 진출해야 하는지에 대한 주주들의 걱정이 만만치 않다.

건설경기 부진으로 이보다 싼 매물은 이마 차고 넘쳐난다.



늦 여름에 몰아닥친 금융시장의 한파는 벌어진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 동국제강의 아픔을 더 쓰리게 하고 있다. 아직 실체가 막연한 9월 위기설에 주식, 외환, 채권 등 금융시장은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기업은 물론, 모든 기관투자자들이 실물보다 현금을 선호하고 '투자'보다는 '리스크 관리'를 명제로 내세웠다.

쌍용건설 이외에도 자금을 구하는 수익률 높은 미들사이즈 M&A딜도 많다. 이런 판국에 과감히 동국제강을 밀어줄 후보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인 셈.



물론 게임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군인공제회와 별개로 IMM프라이빗에쿼티(PE)의 단독 투자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쳐 이번 주말에야 명확한 그림이 나올 예정.

아예 조달비용을 더 높일 각오를 한다면 필요한 자금규모에 맞춰 파이낸싱 작업을 다시 해 뛰어들 수도 있다. 인수의지만 강하다면 길은 열릴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시장의 두번째 의문은 해결되지 않는다. 이만큼 무리를 해서 사들인다고 해도 철강재 공급 이외에 얼마만큼 많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지, 그래서 과연 시장과 주주의 불안감을 가라앉힐 수 있을 지 하는 점이다.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가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불구, 동국제강은 1일 또 한번 하한가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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