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미래에셋? 펀드자금 더 쏠려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2008.08.2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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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신뢰·대안 부재로 순유입액 2위업체와 3배 차이

미워도 미래에셋? 펀드자금 더 쏠려


'펀드 불황기'에 미래에셋으로의 자금집중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의 하락과 더불어 주식형펀드로 신규자금 유입이 뚝 끊기는 '펀드 불황기'가 도래했지만 선두업체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는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특히 8월 들어 해외주식형펀드에서 자금유출이 지속되면서 주식형펀드 수탁액 1위인 미래에셋과 그동안 해외펀드의 인기에 힘입어 2, 3위를 차지했던 슈로더투신운용,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27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8월1일부터 25일까지 운용사의 국내 및 해외 주식형펀드로 4058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그중 미래에셋운용(자회사 미래에셋맵스 포함)으로 유입된 자금이 354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2위는 한국투신운용(한국밸류 포함)으로 962억원 순유입을 기록했고 신영투신과 SH자산운용이 각각 365억원, 328억원 순증했다.



미래에셋운용(맵스 포함)은 25일 기준 주식형펀드 설정잔액이 52조3561억원에 달해 업계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자금순유입 규모가 2위 업체와 3배 가량 차이가 날 만큼 자금집중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경쟁사와의 설정액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양상이다.

슈로더투신운용(11조8136억원)과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11조1900억원)은 지난해 중국과 브릭스 등 해외펀드의 인기에 힘입어 각각 2, 3위에 올랐지만 최근엔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침체에 위축된 투자자들이 해외펀드부터 청산에 나서면서 8월 들어서만 각각 1017억원, 1018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때문이다.

이처럼 미래에셋으로 자금이 집중되는 원인은 과거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가져다줬던 장기성과에 대한 기대감과 이를 대체할 만한 뚜렷한 경쟁사가 없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26일 기준 최근 한달간 설정액증가 상위 펀드는 미래에셋의 인기 시리즈펀드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과거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디스커버리', '인디펜던스' 시리즈로 자금이 유입됐고 특히 적립식펀드로 꾸준히 유입되는 자금이 미래에셋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다시 증시가 상승할때 과거와 같은 뛰어난 성과를 올릴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대표는 경쟁사의 부진을 원인으로 들었다. 지난해 상승장에서 자기철학을 고수하는 대신 '따라하기' 전략을 택했던 경쟁사들이 하락장에서도 큰 격차를 벌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강세장에서는 투자자들이 굳이 옮길 필요를 느끼지 않아 큰 변화가 없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과 이익이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업계 순위가 자주 뒤바뀌게 된다"며 "그러나 최근 약세장에서는 모두 비슷한 수준에서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쟁사가 선두업체를 이기려면 차별화된 전략으로 승부해야 하지만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 때문에 공격적인 전략을 펴지 못한다"며 "그룹 계열사와 달리 박현주 회장의 오너십이 분명한 미래에셋의 지배구조도 1위 고수에 한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워도 미래에셋? 펀드자금 더 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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