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리먼, '생존해법' 찾기에 올인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08.2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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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사업 매각 이어 배드뱅크 설립 구상 중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생존방안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알짜배기 자회사 매각 추진에 이어 배드뱅크를 신설, 보유 모기지 자산 중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까지 들고 나왔다.

리먼은 전세계 금융기관 중 지난해 모기지 채권 손실과 관련, 가장 많은 자산을 상각 처리했다. 이에 연일 주가도 하락, 올해 들어서만 시가총액의 80%가 날아갔다.



현재 리먼은 그간 자산 상각과 신용경색 피해로 사라진 8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리먼의 손을 잡아주겠다고 선뜻 나서는 이가 없다.

◇ 자회사에 짐을 떠넘겨라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 리먼이 벤처 자회사를 설립한 후 현재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상업용 모기지 자산의 일부를 이 벤처사에 매각할 예정이라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벤처사는 향후 모기지 자산의 운용을 담당하게 되며 모기지 자산 매입을 위해 필요한 자금은 외부 투자자들에게서 구할 계획이다.

5월 현재 약 400억달러로 추산되는 상업용 모기지 자산의 일부를 자회사에 떠넘겨 짐을 벗겠다는 구상이다. 악성 모기지 자산을 책임질 배드뱅크를 만들겠다는 일종의 궁여지책이다.


언제든 추가 손실로 연결될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부실 모기지 자산을 처리하는 게 현재 리먼의 최우선 과제다. 지난주 블랙록과 벌인 상업용 모기지 자산 매각 협상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 투자자 불안을 덜어라

리먼 투자자는 불안하다. 경쟁업체 베어스턴스가 무너지는 모습을 얼마 전 직접 지켜봤다. 이에 리먼은 매각 협상에서 약자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리먼의 모기지 자산 매각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투자자들의 신뢰도 되살아날 수 있다. 향후 매각 협상에서 리먼이 보다 큰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급격한 상황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부실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리먼의 볼멘소리를 크게 신경써줄 이는 많지 않다.

지분 50% 이상을 매각하기 위한 한국 산업은행(KDB), 씨틱증권과의 협상은 현재 결렬 상태이다.

이에 리먼은 알짜배기 자회사로 평가받는 자산운용사 노이버거베르만의 매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모펀드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 칼라일그룹, 블랙스톤그룹 등이 노이버거베르만에 관심을 갖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KKR과 함께 엘만앤프리드먼, 베인캐피탈 등을 매수 협상 대상으로 꼽았다. CNBC TV는 KKR이 가장 앞서 있고 블랙스톤은 이미 손을 뗐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양한 협상 대상과 접촉하고 있지만 협상 속도는 매우 더디기만 하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리먼이 다양한 대상들과 비밀리에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어느 누구도 신뢰할 수 없는 상태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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