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가 바닥? "아직 이르다"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08.2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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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상품 가격이 오랜만에 오름세를 기록했다. 비록 22일의 급락으로 다시 110달러대로 주저않았지만 이번주 국제 유가는 한때 120달러를 회복하기도 했다. 금, 은 등 그간 현저한 내림세를 보이던 금속가격과 옥수수, 밀 등 곡물가격도 의미 심장한 반등세를보였다.

이에 추세 반전 기대감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과연 상품가격은 바닥을 쳤을까?



◇ 서프라이징 '목요랠리'

21일 국제 상품가격은 뜻 밖의 급등세를 보였다.



21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9월 인도분 선물은 4.9%(5.62달러) 뛰며 배럴당 121달러까지 상승했다. WTI 9월물 가격은 지난주 111.40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150달러에 근접했던 지난달 사상 최고치에 비해 24% 빠진 수준이다. 천연가스 9월물은 2% 뛴 100만BTU당 8.252달러에 거래됐다. 지난달 고점을 약 5달러 밑도는 수준이다.

같은 날 금 12월물은 2.8%(22.70달러) 오른 온스당 83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주래 최고가다. 현재 금 가격은 온스당 1000달러를 상회했던 3월 고점을 약 19% 하회하는 수준이다.

기타 금속도 21일 하루에만 3~8% 뛰었다. 은이 5%, 구리가 4% 이상 각각 상승했다. 플래티늄 가격은 6.6% 상승했다. 이날 플래티늄의 가격 상승률은 하루 상승률로는 2001년 9월 이후 최고치다.


곡물 역시 마찬가지. 옥수수 12월물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3.8% 오른 부셸당 6.18달러로 3주래 고점을 기록했다. 밀은 2.5%, 대두는 3.7% 각각 뛰었다.

이에 힘입어 상품지수인 로이터제프리CRB지수도 3.7% 급등했다.



◇ 상품가 바닥? "아직 아니다"

상품 가격은 이날 분명 의미 있는 반등세를 보였다. 추세 변화를 얘기하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하지만 상품가격 바닥을 자신하는 이는 아직 없다.

알타베스트 월드와이드의 애널리스트 토마스 하트만은 21일의 깜짝 랠리를 "일시적인 반등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그간의 상품가 하락에 따른 일부 이익 실현 거래가 있긴 하지만 펀더멘털이 변한 건 아니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날의 상품시장 강세 원인이 유가 급등과 달러 약세에 있다는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그루지야 사태로 촉발된 러시아와 미국간의 갈등이 강화되면서 유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적 불안이 한층 고조됐다.

러시아는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 석유 생산국이며 그루지야 지역은 카스피해 원유의 지중해 수출용 송유관이 지나가는 요충지이다. 러시아는 EU국가 원유 소비량의 4분의 1, 천연가스 소비량의 절반을 공급하고 있다.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삼아 공급을 중단할 경우 유럽은 중동 등 다른 공급처를 찾아야 한다. 공급확대 여력이 거의 없는 국제원유시장에서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가격 폭등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러시아가 남오세티아 지배권을 이유로 그루지야를 공격하면서 먼저 불을 지폈고 미국이 미사일 방어(MD)체제 구축을 위해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 10기를 폴란드에 배치키로 합의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하지만 아직 그루지야 사태가 국제 석유 수급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시장이 먼저 반응하는 상황이다. 달러는 신용시장 불안 강화와 미 경기 침체 우려로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날의 상품가 반등을 설명할 만한 이렇다 할 펀더멘털 변화는 관측되지 않았다.



WTRG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 제임스 윌리암스는 최근의 상품가 움직임을 반등세의 시작으로 판단하기 이르다고 지적했다.

윌리암스는 달러 약세와 미-러간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에 시장이 과잉반응하고 있는 양상이라며 수급 상황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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