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규제 완화를 요구하기 전에

더벨 최명용 기자 2008.08.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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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건설사 조직축소 및 사업장 매각 등 자구노력 필요

이 기사는 08월22일(13:5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요즘 건설사 임원들을 만나면 물어보는 한마디가 있다. "어떻게 하면 건설사 유동성이 원활해질까?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고 미분양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대책이 뭔가?"란 질문이다.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다.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LTV, DTI 등으로 대출이 규제되다 보니 거액의 자산가 외에 실수요자들이 집을 제대로 사지 못한다는 얘기다. 대출 규제를 풀면 실수요자들의 아파트 수요가 늘어 부동산 경기도 좋아지고, 미분양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지 않겠냐고 되묻자 "금리가 높아 괜찮을 것"이라고 한다.



담보대출 금리가 7%를 웃돌고, 아파트 한 채 값이 수억원을 훌쩍 넘는 요즘 대출을 이용해 투기를 할 간 큰 '꾼'은 없다는 얘기다. 10억원 짜리 아파트를 8억원 대출을 끼고 산다면 6% 금리만 해도 월 400만원의 이자비용을 내야 한다. 이만한 비용을 부담하며 투기를 하기는 힘든 게 요즘 부동산 시장이다.

업계는 최근 정부가 잇달아 내놓은 전매 제한 완화, 세금완화 등의 대책은 신통치 않다며 대출 규제가 핵심이란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대출 규제 완화를 통한 부동산 경기 회복은 부동산 부실의 책임을 은행이 대신 떠안아 주는 것이다. 추가 대출로 부실이 발생한다면 그 부담은 건설사가 아니라 은행에 돌아간다. 은행에 책임을 전가해 건설업을 살려보자는 주문이나 다름없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유동성 부족 사태는 건설사들이 자초한 면이 크다. 건설사들은 2년전 까지만 해도 현금이 풍부했다. 분양 공고만 내면 수십대 일의 경쟁률로 청약이 이뤄졌다.

건설사들은 땅을 더 매입하고, 주택 비중을 더욱 늘렸다. 마진율이 낮은 해외 사업, 토목 사업을 접고 아파트에 매진했다. 경쟁적인 고분양가 책정으로 아파트 사업에선 20%가 넘는 마진을 남기기도 했다.



2년 전 포트폴리오 조정을 하지 않고,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건설사들이 요즘 위기를 겪고 있다. 방만한 경영과 경기 예측의 실패 책임은 은행이 아니라 건설사가 먼저 부담해야 한다.

이제라도 분양가를 낮추고, 토지를 매각하고 구조조정을 먼저 시작해야 한다. 분양가가 낮은 아파트는 요즘 같은 시절에도 높은 청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조직을 축소하고, 사업장을 매각하는 등 먼저 책임을 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도 어려움이 개선되지 않을 때 정부에 대책을 강구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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